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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시대 상징 '도어스테핑' 중단…언제 재개될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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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시대 상징 '도어스테핑' 중단…언제 재개될지는 '미지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시대의 상징인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이 21일부로 중단됐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외부일정이 없는 한 매일 아침 출근길 기자들과 소통해 온 약식회견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은 언론공지를 통해 출근길 약식회견 중단 사실을 전하면서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출근길에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이 고성으로 언쟁을 벌이며 소동을 빚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어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며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통령실은 휴일인 지난 20일 평소 출근길 기자들과 약식회견이 열리던 대통령실 1층 로비에 나무 합판으로 만든 가림막을 세웠다. 대통령의 출퇴근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이어서 그때부터 약식회견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 취임 다음날부터 시작한 출근길 약식회견은 용산시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한 뒤 헌정 사상 최초로 집무실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모습은 탈권위 행보로 평가받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은 6월 '새로운 10가지 변화' 중 하나로 출근길 문답을 꼽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출근하는 대통령을 국민이 매일 목격하고, 출근길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을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했다"고 자평했다. 취임 6개월이 지나도록 특별한 국정아젠다를 꼽을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인 용산시대와 용산시대의 상징인 약식회견은 거의 유일한 치적으로 평가받아왔다.  

    집권 초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정제되지 않은 약식회견 발언이 지목됐을 때도 윤 대통령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약식회견을 계속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도 날선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용산에 온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청와대 시절)에는 기자실이 춘추관이라는 별도 건물에 있었지만, 저는 저와 참모가 함께 근무하는 이곳 용산 대통령실 1층에 기자실이 들어오도록 조치했다"고 했다.

    이어 "휴가 중일 때 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약식회견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고 했는데, 저는 만들어진 제 모습이 아니라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리고, 비판도 받는 그런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을 만들고 싶다. 지금 그런 과정"이라며 "이런 과정을 국민께서 이해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부족한 점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휴가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전에 윤 대통령이 먼저 모두발언을 하는 식으로 방식에 변화를 준 것도 그런 취지의 일환이었다.

    이렇게까지 강한 의지를 보였던 윤 대통령이 약식회견 중단을 선언한 것은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방증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18일 당시를 "고성이 오가고 난동에 가까운 행위가 벌어진" 현장이었다고 지적하며 "정당한 취재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사태의 본질이 대통령실 비서관과의 공개 설전이 아닌, 윤 대통령이 문답을 마치고 자리를 뜨는 도중에 질문한 것에 있음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MBC 기자가 약식회견을 마치고 돌아선 윤 대통령 등 뒤로 계속 날선 질문을 던진 것에 대해 사실상의 '공격'으로 받아들이며 격앙된 분위기다. 윤 대통령 참모들은 18일부터 주말내내 긴 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거쳐 약식회견을 이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좋은 문화가 될 수 있었는데 상당히 안타깝다"며 "약식회견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위한 세 계단의 단상까지 세웠는데 첫날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중단까지 돼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에게) 고성을 지른 것도 문제지만 다른 취재진들도 보안구역이라 촬영이 금지된 장소에서 설전을 벌이는 상황을 촬영하기도 했다"며 "아무런 제재 조치 없이 이런 '난장판'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께서 애정을 가지시던 약식회견인데 중단돼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약식회견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재개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공지드린대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발전시킬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그 때 재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재개 여부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혀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논란은 정치권 공방으로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이 언론과의 사이에 가벽을 세우니 대한민국 정치에도 큰 절벽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 조치 결정을 "참 권위적인 발상이고 좀스러운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당 회의에서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영원히 소통하지 않겠다는 엄포는 기가 찰 노릇"이라며 "언론과 국민 사이에 벽을 세우려 한다면 대통령은 국민 불신이라는 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행 비대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기자가) 대통령 등 뒤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대통령실의 풍경"이라고 말했고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MBC 기자가 지명도 안 했는데 소리 지르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난동"이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MBC는 대통령 순방 중 발언을 자막으로 조작했는데 도리어 자신에게 무슨 잘못이 있냐며 운동권 점거 농성에서나 볼 수 있는 '샤우팅(고함 지르기)'을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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