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황진환 기자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상대로 이른바 '찍어내기' 감찰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現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우영 부장검사)는 16일 이 연구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2020년 10월 '채널A 강요미수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전 검사장 관련 감찰 자료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감찰중이던 법무부 감찰위원회로 전달하는 데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법무부가 해당 자료를 실제로는 한 전 검사장 감찰이 아닌 윤 대통령 징계 과정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지난 10월 박은정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이날 이 연구위원에게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자료 전달을 승인하거나 또는 그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위원은 "규정에 따라 감찰부서의 자료 제공 요청에 협조했을 뿐"이라며 검찰 수사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날 낸 입장문에서는 채널A 사건 당시 총장이던 윤 대통령으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2020년 4월 29일 무렵 제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채널A 사건 관련자인 한동훈 전 검사장을 수사할 당시 윤석열 전 총장이 제게 전화를 걸어왔다"며 "전화기 너머 윤 전 총장은 거친 말들을 쏟아내며 '니가 눈에 뵈는 게 없냐'고 소리쳤다. 그때 저는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막말을 하며 부당한 지시를 한 그날 전후 며칠간의 긴박한 상황은 판결문에도 나와 있다. 법원은 윤 전 총장의 징계사유를 인정해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다고 판시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저를 소환하고 재수사한다. 피징계자로서 판결이 나왔으면 잘못에 사과나 반성을 해야 하는데 보복수사라니 그저 안타깝고 측은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황진환 기자윤 대통령은 법무부 감찰 결과에 따라 지난 2020년 12월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주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배포,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검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훼손 등 사유였다. 이후 징계에 불복해 낸 행정 소송에서도 법원은 감찰·수사 방해 등의 사유를 인정하며 윤 대통령에게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을 겨냥한 '찍어내기' 감찰 의혹은 2020년 12월 변호사 단체가 고발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7월 사건을 각하했다. 하지만 고발 단체 측이 항고장을 냈고, 서울고검에서 올해 6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윤 대통령과 이 연구위원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