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박종민 기자급격한 금리 인상과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올해 분양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평가됐다.
청약 불패를 이어가던 서울에서 초기 분양률 100% 기록이 깨졌고, 공급과잉 및 가격 하락폭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리스크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나섰지만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R114는 2022년 청약시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올해 전국에는 39만6216가구(예정물량 포함)가 공급됐다. 분기별로는 △1분기 9만9382가구 △2분기 7만691가구 △3분기 8만3238가구 △4분기 14만2905가구로 집계됐다. 내년 경기 악화 우려 속에서 더는 공급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건설사들이 연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4분기 가장 많은 물량이 풀렸다.
올해 전국의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7.7대 1로 2021년(19.8대 1)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지역별로 △세종(49.6대 1) △부산(37.2대 1) △인천(16.1대 1) △대전(12.3대 1) 순으로 높았다.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지역은 전무했다. 일반분양에 나선 384개 단지 가운데 175곳(45.6%)에서 미달이 발생했고, 경쟁률이 높았던 아파트에서도 당첨 후 계약 포기 사례가 이어졌다.
당첨자들의 가점 평균도 크게 낮아졌다. 올해 1월부터 12월 14일까지 집계된 전국의 민간분양 아파트의 당첨가점 평균은 지난해(34점)보다 13점 하락한 21점으로 조사됐다. 2021년 3개 단지(래미안원베일리, 힐스테이트초월역, 오포자이디오브)에서 만점(84점) 당첨자가 나왔던 것과 달리, 올해 최고 당첨가점은 79점이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올해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3단계가 조기 시행됐고,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 등 가격 부담까지 커지면서 청약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도 청약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10월까지 서울에서 9억원 이하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42.3대 1로, 9억원 초과(14.9대 1)에 비해 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대출 이자 부담으로 청약 수요의 구매력이 약해지자, 저렴한 분양가는 청약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다만 물가 및 공사비 등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분양가 상승 압력이 커졌고, 올해 7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등 분양가상한제 제도가 개선되면서 시장의 기대만큼 저렴한 분양가 단지가 나오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올해에만 기본형 건축비가 세 차례 인상돼(3월 2.64%, 7월 1.53%, 9월 2.53%) 분양가 상승을 이끌었다.
올해 전국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21년(1311만원)보다 199만원 오른 151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이 3474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제주(2,240만원) △대구(1,879만원) △울산(1,762만원) △부산(1718만원)이 뒤를 이었다. 일찌감치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면서 분양가 규제를 피한 지방권에서 전년 대비 분양가 상승이 두드러졌고, 공공분양 물량이 많은 경기(1536만원)는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았다. 한편 집값 하락폭이 큰 세종의 분양가는 1187만원으로 2021년(1264만원)에 비해 낮아졌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청약 규제가 완화됐지만 고금리, 고분양가로 가격 부담이 커진 만큼 수요자들은 청약 통장 사용에 신중을 기할 전망"이라며 "내년 분양시장은 가격 수준에 따른 청약 온도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조합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일반 분양가 수준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가 청약 성패에 주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공공분양 아파트는 입지 여건에 따라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공공 주도 사업의 탄력도 예상된다. 그는 "주택공급은 미분양 리스크 확대로 민간 사업이 위축되면서 공공이 주축이 되는 사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울러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지거나, 미분양을 막기 위해 유리한 계약조건을 내건 분양단지들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