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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탓만 하기엔…코스피만 2배 더 폭락한 이유는?

금융/증시

    트럼프 탓만 하기엔…코스피만 2배 더 폭락한 이유는?

    코스피, 고점 대비 16.5% 하락…약세장 진입 눈앞
    日·中·대만 각 -9%…전쟁 중인 러시아도 -5.6% 불과
    트럼프 당선 후폭풍 속 코스피, '수출 둔화' 우려 겹쳐
    '트럼프 관세' 땐 수출 1/3토막…경제성장도 1%대

    코스피가 2418.86로 마감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코스피가 2418.86로 마감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주식시장이 '트럼프 당선'의 영향으로 주춤하는 가운데 한국 주식시장이 2배 넘게 하락했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수출이 둔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영향 전세계 똑같은데, 왜 코스피만 2배 하락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7월 2896.43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전날까지 16.49% 하락했다. 2500선을 뚫은 데 이어 2400선 붕괴를 위협하고 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종가 기준 4년 5개월 만에 5만원이 무너져 4만 9900원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올해 고점인 8만 8800원에서 43.81% 폭락한 주가다. 코스닥은 고점 대비 22.51% 빠졌다.
     
    코스닥에 이어 코스피조차 약세장 진입을 눈앞에 둔 모습이다. 시장은 일반적으로 고점 대비 하락폭이 10% 이상일 때 조정장, 20%를 넘으면 약세장으로 평가한다.
     
    코스피가 약세장을 기록한 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2018년 미중 무역분쟁,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금리인상 및 경기침체 우려 등이다.
     
    선진국 주식시장은 우리와 다른 분위기다. 이달 들어서만 4거래일 연속 신고가 랠리를 펼친 미국(S&P500)을 제외해도 유럽(유로스톡스50‧-7.45%)과 일본(니케이225‧-9.17%), 중국(CSI300‧-9.23%) 등 두 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한 시장은 전무하다.
     
    신흥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대만 –6.37% 말레이시아 –4.64%, 인도 –9.76% 등으로 방어하고 있고 심지어 전쟁 중인 러시아조차 하락폭이 5.6%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 주식시장 약세의 원인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영향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대형주의 부진과 트럼프 당선의 후폭풍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의 '한국증시 소외'는 당혹스럽다"면서 "경기 확장기에도 –10% 조정은 자주 있으나 긴축도 없는 지금 같은 –15% 이상 조정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주식시장의 부진이 트럼프 당선에 따른 미국 우선주의와 금리 인상, 2차전지(배터리) 및 반도체 보조금 축소, 중국과 무역분쟁 확대 등을 염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내리막길 접어든 '수출'…앞으로 더 가파를 듯


    수출입 화물 쌓인 부산항 신선대·감만부두. 연합뉴스수출입 화물 쌓인 부산항 신선대·감만부두. 연합뉴스
    다만 유독 한국 주식시장만 2배 넘게 하락한 것은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탈)에 대한 우려'라는 지적이 나온다.
     
    DS투자증권 우지연 연구원은 "코스피는 단기 급락이 아닌 점진적인 하락장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하락 요인도 상대적 펀더멘탈 부진에 따른 한국 증시의 디메리트(단점) 심화에 기인한다. 한국 기업 실적 전망도 악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핵심은 수면 위로 떠오른 '수출 둔화'가 꼽힌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7.8% 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도 전년 동월 대비 0.1% 줄었다.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마이너스 기록이다.
     
    수출 증가폭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전년 대비 11% 성장한 8월을 끝으로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줄었고, 증가폭 자체도 9월 7.5%에서 10월 4.6%로 내리막이다.
     
    여기에 수출 1위 국가인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도 9월 이후 한 자릿수로 줄어든 3.4%로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미국 공장 가동으로 현지 생산이 본격화하는 품목은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지만수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등 직접투자를 통해 현지 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현지 생산이 수출을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동안 높은 수출 증가세를 보이던 배터리 품목은 4월 누계 기준 34.4% 감소하는 등 올해 들어 대미 수출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이후에는 수출 둔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대 공약은 관세 인상인 탓이다.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1기 때 한국 GDP(국내총생산)는 1%p 하락한 바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통상환경이 악화해 내년 수출 증가세가 2.1%로 올해(7.0%)의 1/3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완만한 수출둔화 흐름이 관세 부과로 빨라진다면 수출 경기의 성장 지지력이 급격히 약화할 여지가 있다"면서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관세전쟁이 현실화하면 국내 성장률이 1%대로 둔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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