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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비행보다 진일보"…위성도 미사일도 고체연료 발사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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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약


국방/외교

    "첫 비행보다 진일보"…위성도 미사일도 고체연료 발사체로

    핵심요약

    국방부, 지난해 12월 30일 비행시험 영상 공개
    "2, 3, 4단 탑재해 엔진 모두 연소시켜…3월엔 2단만 연소"
    "1단 로켓 설계 완성 단계…연소시험부터 진행해 신뢰도 검증"
    공식적으론 "미사일과 관련 없다"지만 실제론 기반기술 공유
    금요일 오후 6시 발사한 이유는 "그 날 그 시간밖에 없었다"
    "기상 상황 고려하고 어민들 고기잡이 피해 줄이려면 불가피"
    "어쩔 수 없이 저녁에 쏜다면 발사 즉시 알리는 방안 등 검토"

    2일 국방부가 공개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발사 모습. 국방부 제공2일 국방부가 공개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발사 모습. 국방부 제공
    우리 국방당국은 지난달 30일 진행한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2차 시험비행이 같은 해 3월 30일 1차 시험비행 때보다 진일보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22년 12월 30일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장 인근 해상에서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의 성능 검증을 위한 2번째 비행시험에 성공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1단은 없이 2, 3, 4단만 탑재된 상태로 시험발사체가 바지선 위에서 발사된 뒤 각 단이 분리되는 모습 등이 그대로 담겼다.

    1단 없이 2~4단만 탑재, 추진기관별 연소 모두 성공…1단 로켓은 "설계 완성 단계"

    2일 국방부가 공개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단 분리 모습. 국방부 제공2일 국방부가 공개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단 분리 모습. 국방부 제공
    국방부는 "지난해 3월 30일 1번째 비행시험에 성공한 뒤 9개월 만에 이루어진 비행시험"이라며 "이번 비행시험은 우주발사체의 필수 기술인 고체 추진기관별 연소, 페어링(덮개) 분리, 단 분리, 상단부(upper stage) 자세제어 기술, 탑재체 분리(더미 위성) 등을 검증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위성발사체는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3~4단으로 구성돼 있다. 이럴 경우 가장 끝에 있는, 즉 상단부(upper stage)에 해당하는 3단 또는 4단이 위성을 궤도까지 몰고 가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라고 해도 상단부에서는 액체연료를 주로 사용한다. 추력 조절이 필요해서인데, 고체연료는 추력 조절이 불가능하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3월 30일 1차 비행시험과 이번 2차 비행시험 모두 1단은 없고, 2~4단만 장착됐다"며 "3월에는 2단 추진기관만 연소시켰고, 이번에는 3단과 4단까지 모두 연소시켰다.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돼서 3월보다 더 진일보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1단이 없다는 것은 고공 엔진시험이라는 뜻인데, 이런 엔진을 공기가 있는 지표면에서 발사하게 되면 비추력이 달라진다"며 "추력 특성은 고공에 맞춰놨겠지만, 지표면에서부터 상승하면 추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공기가 희박한) 고공에서 올라갈 때와 지표면에서부터 올라갈 때를 비교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방법으로 1단에서는 어떻게 연소했는데 2단에서는 어떤 특성이 나타나는지 비교할 수 있다"며 "아마 2단과 3단은 비슷한 엔진일 텐데, 그러면 아래(저공)와 위(고공)에서 나타나는 연소 특성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1단 엔진, 즉 고체연료 대형 로켓모터를 만드는 데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우리 고체연료 추진기관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고, 1단 로켓은 설계 완성 단계에 들어갔다"며 "이미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설계를 마무리하면 연소시험부터 진행하는데,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해 몇 차례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군의 목표처럼 500kg 위성을 올리려면 1단 발사체가 최소 150톤포스, 1톤 이상 위성을 올리려면 최소 200톤포스 이상 추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번 발사에 1단이 없다면 '우주발사체'라고 하기 어렵다"며 "단을 따로 떼서 시험하게 되면, 예를 들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선 '시험발사체'라고 하지 '우주발사체'라고 하지 않는다"고도 비판했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설명드릴 때 우주발사체를 '시험비행'이라고 언급했고, 정확히는 시험비행체(TLV, Test Launch Vehicle)이라고 말한다"며 "나중에 위성을 띄워 올리는 데 성공하면 우주발사체(SLV, Space Launch Vehicle)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저장', '저비용 대량 생산'…우주발사체뿐 아니라 탄도미사일과도 연관

    2일 국방부가 공개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발사 모습. 국방부 제공2일 국방부가 공개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발사 모습. 국방부 제공
    정부는 고체추진 발사체의 장점을 '액체추진 발사체에 비해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여 이동과 취급이 용이하고, 구조가 간단해 저비용으로 단기간 대량 생산 가능'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용한 통신수단으로 쓰이는 '스타링크'가 바로 수많은 위성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기술이다.

    이는 우주발사체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에도 해당하는 특징이다. 액체연료 로켓은 추력을 조절할 수 있어서, 궤도를 잘 조정해야 하는 우주발사체를 쏴 올리는 데 유용하지만 그만큼 구조가 복잡하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 가운데는 연료를 미리 넣어뒀다간 발사체, 다시 말해 로켓이나 미사일이 부식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2020년 5월 미사일 사거리 지침 완화 당시, 청와대 박수경 과학기술보좌관은 브리핑에서 "확보하고자 하는 출력의 크기와 목표에 따라서 액체, 고체,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로켓 설계가 가능해졌다"며 "소형 발사체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를 부연한 바 있다.

    올해 3월 30일 해당 발사체 추진시험에 성공한 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목표로 하는 발사체는 당장은 지구 저궤도(200~2천킬로미터), 즉 고도 500km에 500kg 수준의 위성을 쏴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의 발달로, 이런 위성을 여러 개 쏴올리고 군집(swarming)시키면 중대형 위성처럼 통신이나 감시정찰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또다시 만난 자리에서도 해당 목표는 여전하지만, 군이 진행하고 있는 정찰위성 확보 프로젝트인 '425 사업'과는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425 사업은 전혀 다른 별개의 로켓으로 쏜다는 얘기로, 이번에 시험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의 목적은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쏘아올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위성뿐만이 아니다.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와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기반기술을 공유한다. 우주발사체를 만들면서 일단 대형 고체연료 로켓모터 개발에 성공하면, 그 모터로 1단 발사체를 만들고 나머지를 무엇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액체연료 로켓을 넣고 마지막에는 위성을 넣는 쪽으로 발전시키면 우주발사체다. 탄두와 함께 유도장치를 넣는 쪽으로 발전시키면 탄도미사일이 된다.

    실제로 이번 우주발사체에는 ADD가 현무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 확보한 고체연료 로켓 기술이 다수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ADD가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점과 맞물려, 한국이 사실상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사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사일하고는 정말로 관련이 없고, 기술 기반이 유사한 측면 정도는 있다"며 "개발할 때마다 별도 부서를 만들 수는 없기에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주로 액체연료 발사체 기술을 개발해 왔고, 우리는 고체연료 발사체 기술을 개발해 왔다"며 "2가지가 동시에 발전해야 하는데 각각의 분야를 잘 하는 기관에서 맡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국방부는 일단 탄도미사일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확보된 기술은 민간으로 이전(Spin-off)되어 다양한 우주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고, 민간을 주축으로 하는 우주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미래 우주영역이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영역임을 인식하고, 고체추진 우주발사체를 비롯하여 합동성에 기반한 국방 우주전력을 조기에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왜 하필 금요일 오후 6시?…"어민 피해 최소화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독자 제공독자 제공
    한편 국방부는 시험 당일 오후 6시쯤 발사에 들어갔다가 황혼 효과(twilight phenomenon)로 인해 전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에서도 관측되는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비행경로에 있는 해상구역의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어민들의 조업에 지장을 최소화하고, 기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득이 어두워진 시간에 시험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일출·일몰을 전후해 로켓을 발사하면, 로켓이 성층권 너머 높은 고도의 일정 시간 햇빛이 비치는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배기가스가 빛을 반사한다. 그러면 다채로운 색깔이 나오게 된다. 이를 황혼 효과라고 한다. 다시 말해, 낮이나 밤에 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겨울 바다 날씨가 매우 험한데, 어민들 입장에서는 풍랑주의보가 내리면 어업을 하지 못하게 되니 하루이틀 정도 기상이 좋아지면 고기잡이를 하러 나간다"며 "이런 상황에서, 바다에 바지선을 가져다 놓고 시험을 하게 되면 준비한 날과 어업 활동을 하는 날이 겹치게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사실은 그 전 주 오전에 시도했었는데 어선들과 계속 실랑이를 하게 돼서 결국 발사를 하지 못했다"며 "어민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낮에 충분히 어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해서, 불가피하게 오후 6시라는 저녁 시간에 시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바다의 파고와 함께 고도 10~13km 사이에 흐르는 제트기류 상황까지 감안하려다 보니 30일 저녁이 유일하게 가능한 시간이었다는 설명이다.

    본래 이 사업은 비닉(秘匿)으로 취급되는데다, 다른 무기체계도 개발 과정에서 모든 시험을 언론에 공개하지는 않는 만큼 이번에도 그러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일 시험비행 사실을 알 리 없는 시민들이 이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오인하는 바람에 각종 신고가 잇따랐다. 비닉 사업이라는 이유로 이 사실을 아는 인원은 국방부에서도 극히 일부였기 때문에, 일선 부대에서조차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방부는 시험비행 성공 사실을 오후 6시 45분에야 언론에 공지했다.

    보통 시험발사는 낮에 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ADD를 방문한 뒤,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이렇게 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를 부인하며 "계획된 일정에 따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전에 공지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경험을 거울삼아 고민해 보겠다"며 "어쩔 수 없는 부분(저녁에 발사하게 돼 눈에 띄는 일)이 있다면, 거의 동시에 발사하는 즉시 언론에 알린다든지 하는 방안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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