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따뜻한 날씨에 스페인 시민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연말부터 새해 들어서까지 유럽 전역에 이어지고 있는 '이상 고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이상 현상은 1월 중순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겨울철 난방비 급등을 걱정했던 분위기는 온화한 날씨탓에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더 늦기 전에 기후 변화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환경운동가들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스위스 한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시민. 연합뉴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폴란드, 헝가리는 최근 며칠 동안에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계속 깨졌다. 부다페스트의 경우 역대 가장 따뜻한 성탄전야에다가 1월 1일 기온은 섭씨 18.9도까지 올라갔다.
새해 첫날 프랑스 남서부의 기온은 거의 25도까지 올라갔으며, 평소 이맘때 북적였던 유럽의 스키 리조트들은 눈 부족으로 인해 아예 인적이 끊겼다.
지난해 12월 28일 알프스 산맥에 자리한 스키장 슬로프에 눈이 거의 녹아 있는 모습. 연합뉴스스페인 북부의 스키 리조트들은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 눈이 내리지 않아 아예 문을 닫았다.
1984년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보스니아 사라예보는 지금 가장 바빠야하지만 자호리나 산의 스키 리조트 리프트들은 눈 대신 풀이 무성한 경사면 위에 덩그러니 매달려 있다.
1월 7일부터 8일까지 폴란드 남부 자코파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스키 점프 경기는 취소됐다.
4일 스페인에서 한 남자가 바다 앞 햇볕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1월 기온이 20도 넘은 독일도 이처럼 온화한 연말연시는 1881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로 처음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체코 TV는 일부 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고, 스위스는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꽃가루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는 25.1도를 기록했는데 평소 1월에 비가 많고 추웠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폴란드 기상청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으로, 수도 바르샤바의 1일(현지시간) 기온이 18.9도를 기록하며 역대 1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폴란드 기상청 트위터 캡처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최근 유럽의 '이상 고온'에 영향을 미친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내진 않았지만, 1월의 따뜻한 날씨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장기적인 기온 상승 추세와 들어맞는다고 보고 있다.
유럽과 인도의 폭염·파키스탄의 홍수 등 지구 온난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결론난 것들과 이번의 이상 고온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4일 스페인에서 한 커플이 짧은 바지를 입고 바다 앞 햇볕을 쬐며 앉아 있다. 연합뉴스영국의 기후 과학자인 오토 박사는 "기후 변화가 이제 모든 폭염을 점점 더 뜨겁게 만들고 있는 것처럼 새해 동안 유럽 전역의 기록적인 더위는 인간이 야기한 기후 변화에 의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그린피스(Greenpeace)의 활동가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정확히 기후 과학자들이 10년, 20년 전에 경고했던 것이었다"며 "훨씬 더 급격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중순 그리스 아테네 해변에서 뜻밖의 포근한 겨울에 일광욕 즐기는 시민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