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압수수색 현장 모습. 고상현 기자제주지역 진보 정당 전·현직 간부와 농민단체 간부가 북한 대남 공작원으로부터 지하 조직을 설립하라는 지령을 받고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로 조사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진보당 제주도당 전 간부 A씨와 현 간부 B씨, 농민단체 C씨 등 3명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017년 7월 29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옛 225국) 소속 공작원을 만나 지하조직 'ㅎㄱㅎ' 설립과 운영방안에 대해 논의한 혐의다.
방첩 당국은 A씨가 이후 B씨와 C씨를 포섭해 'ㅎㄱㅎ'을 조직한 뒤 북한 문화교류국과 암호 프로그램, 클라우드를 이용해 통신했다고 보고 있다. 'ㅎㄱㅎ'의 의미는 수사하고 있다.
압수수색 물품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 이들이 북한으로부터 "반미 투쟁 확대" "한미 군사훈련 중단" "미 첨단 무기 도입 반대" 등의 지령을 받았다고 안보 담당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2월 '북한 영화 상영식'을 여는 등 북한 체제를 찬양한 혐의도 있다.
방첩 당국이 이들을 포섭했다고 보는 북한 문화교류국은 노동당 직속 대남 공작 조직이다. 북한 정권 수립 초기부터 225국 등 여러 차례 이름을 바꿔가며 간첩 남파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해 말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도내 32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공안탄압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 "공안탄압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대책위는 "국가보안법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심판 중인데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연이어 압수수색한 것은 조직사건을 조작하려는 의도로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추구해야 할 때 사문화된 악법을 앞세워 저질러진 만행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다. 진보인사들을 옭아매고 진보세력을 죽이려는 반민주적 국가폭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