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성남FC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재명 대표가 10일 검찰에 출석해 소환조사를 받는다. 당 전반의 지원사격이 이뤄지는 가운데, 지도부 중 상당수는 이 대표 출석에도 동행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여론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사 D-1' 李, 준비 마치고 차분하게 조사 대비…지도부 결집
이 대표는 검찰 소환 하루 전인 9일, 오전 일정만 소화한 채 오후부터는 공식 일정 없이 차분하게 조사 준비에 집중했다. 같은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이 대표는 검찰 조사와 관련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한 채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 대표 측은 이미 검찰 조사에 대한 대비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 조사와 관련해서는 변호인단과 어떤 얘기를 할지 등에 대해 준비를 끝냈다"며 "성남FC 건이 문제가 될 경우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다 문제가 된다. 그만큼 대표님은 당당하신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조용한' 이 대표와 달리 민주당 지도부는 출석에 동행하며 세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친이재명계)' 성향이 강한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출석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지도부는 10일 오전 회의가 있어 일부만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친명계 의원 상당수도 단합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는 벌써부터 이 대표를 적극 비호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대선에서) 0.7% 차이로 패배한 경쟁자를 치졸하게 선거법으로 기소하고 이미 무혐의 처분한 죽은 사건을 다시 되살려 정적을 제거하려 한다"며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1년 넘게 대장동을 탈탈 털어도 번복된 진술 외에는 나오는 게 없자 이제는 성남FC 건으로 소환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윤석열 세력 역시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새로운 정권이 단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날 오후에는 당대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성남FC와 기업들은 적법한 광고계약을 맺고 광고비를 지급했다"며 "적법한 광고를 뇌물성 후원금으로 억지 해석해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겠다는 검찰 주장대로라면 대다수의 프로구단이 위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100여명도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정부의 정상적 행정행위를 범죄화하려는 부당한 개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檢 수사 맞서 여론전 펼치는 모양새…"검찰청 앞에 많이 모여야"
류영주 기자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여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검찰 수사 자체가 제1야당 대표를 제거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이를 여론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 캠프 대변인 출신 현근택 변호사는 SNS에서 "검찰은 누가 얼마나 오는지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며 "내일(10일) 성남지청 앞에 많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지지자를 끌어모았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도 "부지기수로 이루어진 유사 사례 가운데 유독 이 대표만을 괴롭히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경쟁 상대였고 야권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이기 때문"이라며 "정치검찰은 정치보복을 중단하고 법과 원칙을 잣대로 대통령 일가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성남지청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 등으로 예고한 상태다. 이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 "검새들이 많은 인파에 쫄아서 함부로 못하게 해야 한다"며 검찰청 집결을 독려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는 이례적으로 출입기자에게 버스 대절을 통한 이동을 지원하고 나섰다. 당 대표의 검찰 소환 조사에 취재 지원을 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민주당 동원되는 모양새에 우려도…자세 낮춘 비명계
윤창원 기자한편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당 전체가 동원되는 모양새는 부담스럽다는 시선도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당이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 지도부가 다 같이 가는 건 곧 민주당이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메시지가 될까봐 우려스럽다"며 "개인이 출석해야지 민주당 전체가 출석하는 그림을 만들면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당내 '비명계(비이재명계)'는 일단 자세를 낮추는 분위기다. 당이 검찰 조사에 관여하는 모양새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할 때라는 입장이다. 비명계 한 의원은 "앞으로 검찰 수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원보이스를 내야 할 때"라며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의식은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