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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핵심' 국립중앙의료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나

보건/의료

    '공공의료 핵심' 국립중앙의료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나

    신축·이전 예산 대폭 삭감…의료원은 기자회견 예고했다가 돌연 취소
    당초 의료원, 1050병상 요구…기재부, 290병상 깎은 '760병상' 결정
    NMC는 "드릴 말씀 없다"고만…"결정案 뒤집기엔 늦었다고 판단한 듯"
    "상급병원 구실하려면 최소 800병상 필요…두고두고 후회할 것" 비판

    국립중앙의료원.국립중앙의료원.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국립중앙의료원(National Medical Center·NMC)의 신축·이전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줄곧 감염병 대응 최전선에 서왔던 중앙의료원은 오는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서울 중구 방산동 소재 미군 부지로의 이전이 확정된 상태다.
     
    당초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맞춰 모(母)병원을 800병상 규모로 키울 예정이었던 의료원의 계획은 좌초될 위기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원안보다 270여 병상이 깎인 '526병상' 안(案)을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감염병병원 등까지 도합 1천 병상 이상에서 700여 병상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세계 최고의 감염병전문병원을 지어 달라'며 기부한 7천억이 무색한 상황이다.
     
    중앙의료원은 이에 반발해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이를 취소했다. 회견을 개최하려는 이유는 명확했던 반면 갑작스런 취소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아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전날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익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중앙의료원의 신축·이전 사업 추진현황 발표 및 입장 표명이 골자였다. 이 자리에는 주 원장이 직접 발제자로 나서기로 내정돼 있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의료원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4일 중앙의료원 측에 신축·이전사업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를 축소하겠다는 심의결과를 통보했다. 당초 의료원 측은 터를 옮겨 새로 지어질 병원 규모에 대해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보건복지부·중앙의료원의 요청안(案)보다 290병상이 적은 760병상을 적정하다고 봤다. 기재부가 내민 최종안은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이다. 원안 수치를 유지한 중앙외상센터를 제외하면 본원과 중앙감염병병원은 각각 274병상, 16병상이 줄어든 결과다. 자연히 관련 예산도 1조 2341억 원에서 1조 1726억 원으로 삭감됐다.
     
    중앙의료원의 확장 이전은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다. 지난 1958년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3개국의 지원으로 설립된 국립중앙의료원은 노후화된 시설로 2003년부터 이전 논의가 공식화됐다. 먼저 검토됐던 이전 지역은 서울 서초구 원지동이었으나, 주민들의 반대와 환경영향평가 등에 따라 16년 만에 '사업 추진 불가'로 결론이 났다. 그러다가 지난 2020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중구 방산동 일대 미군 공병단 부지를 대안으로 지목하며 새 국면을 맞았다.
     
    이어 작년 4월 삼성그룹이 고 이건희 회장 유지에 따라 7천억을 기부하자, 진행이 더디던 이전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으리란 기대도 컸다. 공공의료의 구심점으로서 코로나19 대응에 역량이 총동원된 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 유행이 발생한 첫해, 106.7%의 의료손익 감소율을 기록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의 10배에 이르는 악화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영 정상화에만 '최소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료원 측은 향후 또다른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비롯해 모병원의 내실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기획재정부 제공
    기재부는 예산 감축을 두고 신축·이전 지역에 대형병원이 몰려 있어 병상이 되레 과잉공급될 수 있다는 근거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의료원이 공공의료의 실질적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총 사업비의 적정성 재검토 자체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복지부·중앙의료원의 입장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원래 이날 회견에 참석하기로 했던 한 지역 의료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새로 지을) 중앙감염병병원을 백업해주려면 모병원(본원)이 튼튼해야 한다. 거의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인력은 다음 문제로 치더라도 하드웨어는 최소한 (본원 기준) 800병상 이상이 되어야 하지 않냐는 게 의료계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 병원들이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인데, 다 보면 최소 800병상 이상이다. 제대로 종합병원 구실을 하려면 그게 거의 최소 기준이라는 뜻"이라며 "(기재부 안인) '500병상'은 너무 적다. 더군다나 국책사업은 한 번 시작하면 뒤집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그림을 크게 그려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앞으로 "5년, 10년 후 두고두고 후회할 결정"이라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고) 이건희 회장이 7천억이란 돈을 보태줘서 정부 입장에선 그 예산도 세이브되지 않았나. 그럼 이걸 제대로 투자하기를 내심 바랐었는데 오히려 축소됐으니 실망이 큰 것"이라며 "중앙의료원도 아마 (취소된) 기자회견을 통해 그런 얘기를 건의하려 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오전 중앙의료원이 공지한 관련 기자회견은 약 4시간 만에 철회됐다. 출입기자들의 양해를 구하면서도 "내일(12일) 회견 개최를 번복하는 것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뚜렷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언론 대응 등을 담당하는 부서 관계자는 "저희도 '취소됐다'고만 전달을 받았다"고 전했다. 향후 해당 이슈를 다시 공론화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의료원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아주 예민한 문제"라며 언급 자체를 꺼려하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재부 등의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다만, 그보다는 이미 결정된 사안을 놓고 자칫 공공기관이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웠으리란 해석도 나온다. 회견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관계자는 "특별히 (외부의) 압박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내부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쉽게 말하면 그걸(회견을) 통해 얻을 게 있어야 하는데, 크게 실익이 없고 (문제 제기에) 적합한 방식이 아니라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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