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前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압수수색 절차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일 손 검사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적법했다고 판단한 원심을 일부 취소하고 사건을 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손 검사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지난 2020년 4월 제보자 지모씨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상대로 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장이 전달되도록 공모했다는 혐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지난해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공수처는 이와 관련 2021년 9월 10일 손 검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두 달 후인 11월에는 대검 감찰부와 수사정보담당관실, 정보통신과 등을 압수수색했다.
손 검사는 11월 이뤄진 압수수색에서 "공수처가 이메일, 메신저 내역,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검색 내역 등에 대해 집행한 압수수색은 피의자 참여를 위한 통지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참여권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준항고를 제기했다.
그러난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은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손 검사 측 준항고를 기각했다. 손부장 측은 공수처가 영장을 집행했다는 전제 하에 검찰 내부망 이메일, 판결문 검색조회 등에 관한 압수수색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실제로는 서울중앙지검이 발부받은 영장으로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이기 때문에 특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손 검사 측은 재항고를 했고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해왔다.
대법원은 손 검사 측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참여 기회를 보장 받지 못해 무엇이 압수됐는지 온전히 알지 못하는 입장에선 압수물 중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특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또 서울중앙지법이 '검찰 소속 검사가 진행한 압수수색도 있어 주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준항고를 기각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압수수색 처분을 한 수사기관과 준항고 취지에 기재된 수사기관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손 검사에게 취지 보정을 요구하는 등 절차를 거쳐 압수수색 처분이 위법한지를 충실하게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손 부장의 PC 저장장치 압수수색은 사전 통지가 불필요했고 참여권도 보장돼 문제가 없었다는 원심 판단은 그대로 인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준항고인이 참여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 처분에 불복했으나, 불복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법원이 어떤 조치를 취해 심리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최초의 선례"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나 공수처 어느 한 쪽만 잘못했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면서 "준항고인 입장에선 어느 수사기관에서 압수수색 했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원심이 다시 각 수사기관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번 결정의 대상이 된 압수수색 결과물은 현재 진행 중인 손 부장의 형사재판 증거로 제출돼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따라 결과물 가운데 일부는 증거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