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후원금에 이어 이번에는 대장동·위례 개발 관련 의혹으로 검찰 소환통보를 받으면서, 결국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설 연휴 밥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첫 조사 이후 숨을 고르며 윤석열 정부에 본격적인 공세를 펼치려던 시점에 곧바로 소환 통보가 이어져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장동·위례' 소환통보에 野 내부 '당혹'…출석 전망 '분분'
17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 대표 측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검찰은 설 연휴 이후 오는 27일이나 30일 중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소환 통보가 전해지자 이 대표 측은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다. 대장동·위례 개발 관련 사건으로 이 대표 측 변호인단이 꾸려지지 않아 검찰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의원실이나 당대표실에 연락한 게 아니라 (대장동 관련이 아닌) 다른 변호인에게 소환을 통보했다"며 "소환통지서를 보지도 못한 상황이고 아직 소환 일정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 대표는 조만간 변호인을 선임해 검찰과 소환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인의 사법리스크인 점을 고려해 당내 법률지원단 등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수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취재진에 "지난번(성남FC 후원금 사건)에도 당 차원에서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거나 수임하지 않았다"며 "대장동 관련 수사가 오래 진행됐으니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두번째 소환조사에도 응해야 하는지를 두고 벌써부터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 대표가 이미 검찰 조사에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밝힌 적 있는 만큼 이번에도 소환에 응할 것이란 관측이 상당하다. 대장동·위례 개발 사건 관련 이 대표 스스로 무혐의라는 자신감을 수차례 내비쳐왔기 때문이다. 한 친명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무슨 증거를 쥐고 있고 향후 법정에서 어떤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이는지 확인하는 것도 전략상 중요하다"며 "또 소환에 응하는 태도가 구속영장 청구에도 중요하기 때문에 출석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대표가 이미 검찰 조사 과정에서 '무용론'을 밝혔기 때문에 소환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관련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검찰 자료를 봐도 납득할만한 근거가 없었다"며 "답은 정해졌고 기소할 게 명백하다.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어차피 법정에서 싸울 예정이라면 매번 소환 조사에 응하는 게 당에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잇단 소환에 이재명표 민생행보 '멈칫'…설 밥상 민심 우려
검찰이 첫 조사 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두번째 소환을 통보하자 민주당 내에서도 당혹감이 퍼지는 분위기다. 당초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조사 이후 민생 행보를 통해 설 밥상 민심을 잡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 직후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기본사회 구상 등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이 대표는 자신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내 기본사회위원회를 발족하며 속도를 내려던 때였다.
그러나 검찰이 전격 소환을 통보하면서 설 밥상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검찰을 비판하는 동시에 설 민심 향방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성남FC 후원금 조사 후 고비를 넘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바로 소환을 통보할 수가 있나"라며 "특히나 설 전에 제대로 된 형식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소환을 통보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의도는 뻔하다"며 "설 명절 밥상이 이 대표 소환 이야깃거리가 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기 의원은 SNS를 통해 "설 민심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 외에 다른 이유가 있나"라며 "검찰은 정치를 하지 말고 수사를 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단 대장동 특검·김건희 수사 촉구로 '반격'
대장동 의혹의 핵심 피의자, 김만배 씨와 남욱·정민용 변호사(왼쪽부터)
민주당은 우선 대장동 특검 추진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 촉구로 맞설 계획이다. 이 대표 관련 혐의는 적극적으로 소명하되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야당탄압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겠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이 대표 소환통보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치검찰의 조폭식 정치수사쇼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라며 "지금이라도 국회는 특검을 통과시켜 대장동과 관련한 모든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17일 오전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해 김 여사 관련 수사를 촉구한다. 이들은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는 잰걸음이지만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검찰을 비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