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 연합뉴스핵전쟁의 위기를 경고해온 미국의 원자력과학자회보(The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회보)가 미국의 대북정책이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매년 '지구의 종말 시계'를 발표하는 반핵 과학자들의 소식지로도 유명한 회보는 최신호에서 미국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이렇게 제안하면서 그 이유를 소상히 제시했다.
회보는 우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의 목표로 남았지만, 북한의 핵무기 포기는 점점 더 비현실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외교적 협력 거부, 미사일 발사의 확대, 공격적인 언사, 예상되는 7차 핵실험이 비핵화를 요구하는 논의에 노골적인 적대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국의 전략적 역점은 북한의 비핵화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것이다.
회보는 이어 북한의 핵무장을 막기위한 국제사회의 수년간의 노력이 허사로 끝난 역사를 상기시킨 뒤 북한이 현재 연간 12개의 신형 탄두 생산 능력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 시킬 핵무기 전달체계를 갖추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회보는 특히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를 바탕으로 한 전술핵무기 개발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참수 작전이나 통신 마비 사태가 올 경우, 억지력을 강화하고 북한 핵 시스템의 보존을 위해 전방의 지휘관들에게도 전술핵무기의 발사 권한이 위임된 만큼 핵무기 사용의 문턱이 대폭 낮춰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핵무기 사용 권한을 갖춘 개인들이 많아지면 계산 착오나 인지 착오 또는 부적절한 사용 등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북한의 정보, 감시, 정찰 능력의 부족과 그에 따른 전략적 상황 인지력 저하를 감안할 때 더욱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전략핵무기가 이론적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으로 개입하기가 훨씬 위험해졌다는 점이다.
회보는 전술핵무기가 이 같은 사용 가능성 뿐 아니라 확산의 위험성 또한 크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지속적인 경제난과 달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휴대 가능한 핵무기 기술과 정보를 얻으려는 악의 세력으로부터 유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더 많은 무기를 개발할수록 전 세계의 다른 위험 국가들이 이를 획득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을 확산 국가로 보고 이에 대해 동맹국들과 협력해 위험 감소 조치 및 확산 저지 전략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보는 이어 "'비핵화'라는 용어는 모호할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이 인식하는 안보의 원천을 위협한다. 북한이 위협을 인식하는 것은 타당하다"며 "미국과 한국은 우선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김 위원장의 동기를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비핵화라는 목표를 적어도 즉시 잠시 동안만 옆으로 젖혀놓을 수 있다면 북한의 무장과 함께 위험이 계속 커지는 한반도 안정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보는 끝으로 "북한이 미국과 건설적으로 재협상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비핵화가 대화의 출발(basis)도, 목적도 될 수 없다"고 재자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