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이 오늘(17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경제와 민생, 사상통제 등 대내 현안이 집중 논의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밝힌 공식 안건은 내각의 올해 과업, 국가예산,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 중앙검찰소 사업정형, 조직(인사) 문제 등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연말 전원회의 보고의 경우 경제 부문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산업 전 분야의 목표를 상세히 제시하며 성과를 독려하던 과거와 달리 올해 경제 과업은 농업과 건설 등 일부만 언급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대신 보고의 대부분을 국방력 강화와 대남대적 투쟁 강조에 할애했다. 특히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과 핵탄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기본 방향으로 하는 '2023년도 핵 무력 및 국방 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무역 위축과 대북제재의 장기화로 내세울만한 경제성과가 별로 없고, 앞으로 당분간 민생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방력 분야를 우선적으로 내세운 것으로 풀이됐다.
연합뉴스그런데 전원회의 이후 동향은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알곡 생산 등 경제 문제를 급선무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관철을 위해 지난 5일 열린 평양시 궐기대회, 그 이후 각 지역별로 확산된 궐기대회의 기본주제가 바로 경제 분야 12개 고지의 목표 달성이었다.
북한이 밝힌 12대 고지의 순서는 알곡, 전력, 석탄, 압연강재, 유색금속, 질소비료, 세멘트, 통나무, 천, 수산물, 살림집, 철도화물 수송 등이다.
북한은 궐기대회 이후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평양시와 각 도 당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 10일부터 15일까지 내각과 소속 기관별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했는데, 이런 후속 회의에서도 경제 분야 과업 관철을 위한 논의가 집중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동향의 연장선에서 현재 열리고 있는 최고인민회의에서도 경제와 민생, 사상교양과 내부 통제 등 대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평양문화어보호법채택'과 '중앙검찰소 사업정형'을 최고인민회의의 독립안건으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우리의 대검찰청에 해당하는 중앙검찰소가 해야 할 일은 결국 사회 통제와 기강 확립일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아울러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지난 2020년 채택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취지와 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등 한류와 외부문물 차단을 주요 목적으로 했는데, 평양문화어보호법도 '오빠', '자기야' 등 남한 식 말투와 호칭의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아니지만 그 동안 국무위원장 자격으로 시정연설을 종종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참석 여부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참석해 시정연설을 한다면 과연 어떤 대내외 메시지를 발신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연말 전원회의에서처럼 강대강의 대남 적개심 표출을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내부 민생 경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물론 김 위원장은 아예 회의에 불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김기웅 통일부 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북한은 새해부터 시 도별 궐기대회와 집중학습 등을 통해 전원회의 관철을 독려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 노력을 하고 있다"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올해 내각사업과 예산결산 등을 토의하면서 당 국가 정책의 추진력 확보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