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도심 거리에서 생활폐기물 수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박진홍 기자환경부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고시 개정으로 처리 비용이 급증하면서 일선 구·군이 재정 부담으로 고민에 빠졌다. 기초단체들은 2025년이 되면 수십억원 이상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원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계약을 위한 원가계산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개정 고시에 따르면 지자체는 올해 생활폐기물 위탁 노무비를 '건설 노임 단가'의 70% 이상으로 적용해야 한다. 이 비율은 내년에 80%로, 2025년에는 90%로 단계적으로 증가한다. 노임단가 적용 비율을 전국적으로 통일하고, 동시에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해당 고시에 따라 부산지역 16개 구·군 가운데 사하구와 강서구, 북구와 서구, 중구와 금정구 등 6개 지역은 올해 노임단가 적용 비율을 지난해에 비해 1~4%p 올렸다. 특히 서구는 1년 만에 4%p를 올려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됐다.
지자체들은 최근 물가 상승에 인건비까지 늘면서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을 두고 고민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부터는 노임단가의 80% 이상을 적용해야 하는 만큼 재정적 부담이 더욱 심해질 게 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올해도 지난해 적용 비율인 70.9%를 그대로 유지한 동구는 내년까지 한 번에 9.1%p를 올려야 하고 현행 72.5%인 연제구도 최소한 7.5%p를 올려야 한다.
서구 관계자는 "내년에는 노임단가 비율을 80%이상으로 맞춰야 하는데 지난해 서구의 경우 정확히 70%였다"며 "한 번에 10%p나 큰 폭으로 올릴 수 없으니 올해 미리 4%p를 올려 내년에 발생할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였다"고 설명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도 "노임단가 자체가 많이 올랐는데 추가 반영되는 수당도 있어 올해 갑작스럽게 상승 요인들이 많았다"며 "내년과 내후년에 또 지침대로 적용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어 늘어난 비용이 지자체에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지역 16개 구·군 가운데 사하구, 강서구, 북구, 서구, 중구, 금정구 6개 지역은 올해 노임단가 적용 비율을 지난해에 비해 1~4%p 올렸다. 각 구청 제공
개정 고시에 따라 노임단가 90%를 적용해야 하는 2025년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 경우 각 지자체가 감당해야 하는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은 지금보다 수십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사하구는 2025년 90%의 노임단가를 적용할 경우 현재 146억원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처리비용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생활폐기물 처리업체가 가져가는 이윤율을 손보기도 했다. 현재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위탁업체는 전체 비용의 9% 안팎을 수익으로 가져가는데, 전체 처리 비용이 큰 폭으로 늘면서 업체가 챙기는 이윤도 함께 증가한 만큼 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사하구는 갑론을박 끝에 올해 업체 이윤율을 9%에서 8.6%로 낮췄다. 중구와 연제구도 이 비율을 각각 0.5%p, 1.68%p씩 낮췄다. 하지만 매년 전체 처리비용이 수십억원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업체 이윤율 인하만으로는 재정 부담을 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모든 지자체가 큰 폭으로 증가할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 때문에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며 "환경부 고시를 지키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재정 부담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부산지역 16개 구·군은 개정된 고시에 반발하며 비용 지원 등을 정부와 부산시에 건의하고 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이렇다 할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어 향후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과 관련한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