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자료사진. 연합뉴스'대리수술' 사건으로 논란이 된 유명 관절전문병원이 이번엔 정식 의료기술로 인정되지 않은 치료술을 시행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일부 환자들은 수술 부작용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치료술은 환자의 둔부에서 지방 조직을 채취해 줄기세포를 분리한 뒤 무릎 등 치료 부위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제한적 의료기술' 승인을 받아 조건부로 시술해야 하지만, 병원은 이를 어겼다는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 같은 치료를 받은 복수의 환자들은 "수술 후 상태가 더욱 악화돼 결국 다른 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줄기세포가 살아나질 않고 그래 가지고 1년 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몰라요."
70대 A씨는 왼쪽 무릎의 상태가 좋지 않아 지난 2021년 4월 서초구 연세사랑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 A씨는 1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500만 원을 들여 수술을 했는데 전혀 차도가 없었다"며 "병원에 가서 연골주사를 또 맞고 항생제 먹고 하다가 결국 지난해 5월 다른 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했다. 지금은 아프지 않다"라고 말했다.
해당 병원에서 지난 2015년에 줄기세포 치료를 한 70대 B씨 또한 마찬가지다. B씨는 "수술을 받은 뒤 다리에 힘이 없어서 언덕 올라가려면 그냥 콕 고꾸라졌다"며 "병원에서는 '수술이 잘 됐다'고 했고 조금 있으면 낫는다고 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소용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1천여만 원의 수술 비용을 쓴 B씨는 현재까지도 파스와 찜질로 아픈 다리를 버티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이 받은 수술은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이다. 환자의 둔부에서 지방 조직을 채취해 지방 줄기 세포를 분리한 후, 관절경 수술 또는 관절 절개수술을 하고 자가 지방 줄기세포와 피브린글루(혈액 응고 접착제)를 혼합해 도포하는 방식이다. 해당 병원에서는 '신체 일부가 다치거나 손상되었을 때, 상처를 치유하거나 손상된 조직을 복원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손상 범위가 작을 시 간단한 주사 치료 가능', '합리적인 비용으로 치료 가능' 등으로 홍보하고 있다.
모든 새로운 의료기술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보험시스템상 의료시장 도입이 불가능하며,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해당 치료술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연구 단계'로 사전 고지가 필수다. 하지만 이마저도 고지 받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오른쪽 무릎에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70대 C씨는 "제가 하고 난 뒤에 바깥에서 사람들이 '(네가) 거기에 실험대상자였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며 "사전 고지를 받았다면 수술을 안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줄기세포라 하니까 그걸로 영원히 될 줄 알았다"며 "효력이 없어 재수술을 하자고 하던데 비용도 비싸서 그냥 안 한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줄기세포 치료를 했지만 차도가 없었던 환자들은 결국 다른 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60대 중반 나이에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D씨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너무 아파서 다른 병원에 갔더니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줄기세포가 의료기술로 확정된 게 아닌데'라고 하더라"라며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상태가 괜찮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목욕탕 같은 데 가면 줄기세포 치료를 한 사람들을 많이 보는데, 그냥 있는 사람이 없다. 다 연골을 새로 넣었다고 한다"며 "수술 보험도 안되고 아파서 병원에 가면 피 검사하고 엑스레이 찍고 또 돈 나가고 사람 환장해 죽는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80대 E씨 역시 "오른쪽 무릎에 줄기세포 치료를 했는데 '이거는 내가 효과가 없다' 포기를 하고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했다"며 "인공관절은 멀쩡하게 걸어 다니고 일상 생활하는데는 지장이 없다"라고 밝혔다.
서초구 연세사랑병원 전경. 연세사랑병원 홈페이지 캡처해당 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가 효과가 없을 경우 '인공관절 수술을 싸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70대 중반 E씨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하나도 효과가 없어서 재수술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며 "내가 하도 아프다고 하니까 인공관절 수술을 싸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한번 속았는데 두번까지 속을 수가 없어서 안 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줄기세포 치료술에 대한 여러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증언도 제기된다. 70대 F씨는 "엉덩이에서 지방을 뺐는데 양쪽에서 지방을 너무 많이 빼서 엉덩이가 살이 푹 들어가 보기가 싫어졌다"며 "옆으로 눕는다든지, 바로 누웠을 때 뼈가 배겨서 아파서 성질이 난다. 가서 멱살이라도 잡고 싶다"라고 말했다.
해당 병원은 환자들에게 자가 지방 줄기세포 시술료를 받고 시술한 후 지방 조직에 대해 냉동 보관을 한다며 보관료 명목으로 수백만 원 상당을 받는 방식이다. 지방 줄기세포 보관 비용은 병원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 의료기기 업체에서 받고 있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환자들 중 일부는 병원장이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신뢰를 하거나 수술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 이후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했지만 이를 병원에 명확히 따지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대부분 고령층인데가 대형 병원을 상대로 싸우기는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한 환자는 "솔직히 말해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라며 "가서 어떻게 한들 무엇이 바뀔 수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해당 병원은 줄기세포 치료술 시술 인정 기한이 종료된 후에도 시술을 계속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연세사랑병원은 지난 2018년 4월 '근골격계 질환에서의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에 대해 제한적 의료기술 승인을 받았다. 제한적 의료기술은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한 연구 단계 의료 기술 중 근거 창출을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해당 병원이 제한적 의료기술 시술을 인정 받은 기간은 2018년 5월 1일부터 지난해 4월 30일까지다. 하지만 이 기한이 종료된 후에도 시술을 계속했다는 점이 파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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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은 해당 치료술의 불법성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연세사랑병원장 A씨를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사기,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이후 사건은 경찰로 이송됐으며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 확보에 나선 상태다.
아울러 해당 병원은 '대리수술' 사건에도 휩싸인 바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사고 전담수사팀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의료법, 의료기기법 등 위반 혐의로 지난해 7월 A 병원장과 의료기구업체 영업사원 등 16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병원 측은 '대리수술' 의혹에 대해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이나 영업사원이 수술을 집도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경찰이 압수한 수만 건의 수술영상 어디에도 의사가 집도하지 않는 수술은 없었다. 즉, 의사 없이 이뤄지는 대리수술은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 논란과 관련해선 "그동안 상당한 연구와 논문 자료 등이 축적되어 있고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며 "불법 요소는 전혀 없고, 환자들에게 충분한 사전 동의 및 고지를 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