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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 사망 화재' 방화 혐의 40대男 항소심도 "불 안 냈다" 인정

대구

    '동거녀 사망 화재' 방화 혐의 40대男 항소심도 "불 안 냈다" 인정

    피해자가 불 냈다 주장하며 1심서 무죄
    2심도 휘발유 구매한 방화예비 혐의만 인정돼 징역 8개월

    류연정 기자류연정 기자
    집에 불을 질러 함께 살던 연인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양영희)는 18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만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1월 경북 구미의 거주지에서 이웃으로부터 시끄럽다는 민원을 받자 화가 나 연인 B씨와 다투다가 집에 불을 질러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A씨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배심원 5명이 무죄로, 4명이 유죄 평결을 했고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A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유는 이렇다. A씨가 휘발유를 산 것은 맞지만 직접 불을 질렀다는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 A씨는 집에 실제로 불씨를 붙인 것은 B씨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불을 질렀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여러 정황이 B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아울러 B씨는 사망하기 전 잠시 의식을 회복했을 때 "부탄가스로 고기를 구워 먹다가 불이 났다"고 말했는데 재판부는 A씨가 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을 뒷받침 하는 근거이자 B씨가 자신의 범행을 감추려고 한 말로 판단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휘발유를 산 행위에 대해서는 "범행이 예비단계에 그쳤더라도 여러 사람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범죄를 계획한 만큼 엄히 처벌될 필요가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도발에 의해 충동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점, 당초 이웃집에 불을 지르려 했으나 몇 번 초인종을 누른 후 응답이 없자 곧바로 범행을 포기한 점 등으로 보아 A씨가 적극적이고 확정적인 방화의 목적을 갖고 휘발유를 산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양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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