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네이버 블로그 캡처"제 분신과 같은 사람이어서, 앞으로 큰 성과를 만들어낼 아주 유용한 재목""측근이라면 정진상(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용 전 부원장의 각별한 사이를 알 수 있는 말들입니다. 김 전 부원장은 경기 성남시에서부터 이재명 대선캠프에 이르기까지 이 대표를 가까이에서 보좌한 동지인데요, 그런 그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수수입니다. (※김 전 부원장 측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혐의를 인정한 상태입니다)
지난달과 19일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부원장은 이같은 혐의를 부인했고, 검찰의 공소가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기소할 때 공소장만 법원에 제출하고 재판부가 편견을 갖게 할 다른 어떤 서류나 증거도 첨부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 원칙입니다.
김 전 부원장이 어떤 지점에서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어겼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검찰의 공소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간략히 정리하라"고 제안한 상태입니다.
돈 받은 사람만 부인중…檢 "증거 탄탄"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황진환 기자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키맨', 즉 천문학적 이득을 봤다는 민간업자들(남욱, 정민용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돈을 준 사람들과 전달한 사람, 받은 사람을 다 기소한 겁니다.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월부터 8월까지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와 공모해 남 변호사로부터 대선 자금 명목으로 4회에 걸쳐 8억4700만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김 전 부원장이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2013년부터 2014년에는 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1억9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습니다. 10억여원 정도죠.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인물들이 고액의 금원으로 엮인 게 바로 이 사건입니다. 일회성 청탁이 아닙니다. 어쩌다 한번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공소장에는 이들의 얽히고설킨 인연부터 행위까지 고스란히 적시돼 있습니다. 19쪽짜리 공소장에 16쪽 정도 할애합니다. (※검찰의 공소 사실은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대략적으로 공개됐습니다)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첫 공판준비기일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2. 12. 23 1회 공판준비기일 中 |
재판부: 이 사건은 공소장이나 증거에 대한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 김용과 나머지 세 분에 대한 이해관계가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자금법 수수 과정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범행이라서 관련자들의 진술 신빙성 및 증거 신빙성이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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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부원장 측이 집중적으로 문제삼은 부분은 전제사실이 지나치게 방대하게 적시돼 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이들의 공모관계를 설명하면서, 김 전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이 2008년 분당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때 알게 돼 이재명 중앙 정계 진출까지 도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소장에는 또 대장동 개발사업을 하면서 이들이 더욱 가까워지게 된 과정, 공모했을 법한 정황, 성남시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 활동이 담겼습니다.
검찰은 공소장에 각종 선거 지원 정황 역시 구체적으로 담았습니다. 여기에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게 된 전후 상황, 권리당원과 지역 조직 구성 등 경선·본선 캠프에서의 김 전 부원장 역할까지 상세히 적혀있죠. 대장동 업자들이 건넨 10억여원은 이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자금이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의 '범행'은 10억여원이 어떻게 전달되어서 쓰여졌는지 입증이 되어야 하는 거겠죠. 이 부분이 바로 마지막 두쪽반에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무엇을 전달했는지가요.
2022. 12. 23 1회 공판준비기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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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동규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검찰 조사에서도 수차례 주장했지만 검찰은 별로 판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진술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검찰: 유동규와 남욱, 정민용 등 3명은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김용 전 부원장만 사실 관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 사실 한 문장, 한 문장 증명이 가능합니다. 뇌물 등 은밀히 이뤄지는 범죄에서 이 정도로 증거가 탄탄한 사건은 드물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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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은 사람만 부인하고 있는 형국이니 꽤나 자신만만해 보이는 검찰입니다. 관련한 압수수색 당시부터 검찰은 마치 현장에 있었던 것마냥 구체적으로 범죄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도 이 자신감에 한 몫 하겠죠.
공소장 일본주의가 뭐길래…일단 金측 손 들어준 법원?
김 전 원장 측은 첫날부터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정치적인 사건에서 거의 항상 등장하는 레파토리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양승대 전 대법원장도,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일 때도 들고 나왔던 카드입니다.
김 전 원장 측은 줄곧 "이 사건 공소장이 20쪽 정도 되는데 기본적인 범죄 사실은 1~2쪽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거의 전제 사실이라고 하는 명분으로 재판장에게 선입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너무 많은 검찰 주장이 적혀 있다"라며 "이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19쪽짜리 공소장에 16쪽 반이 각종 상황 설명, 2쪽 반이 돈을 주고 받은 과정이 적혀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일단 김 전 원장 측의 요구를 대체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2023. 1. 19 2회 공판준비기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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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주장 관련, 근래 법원 기준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검토했습니다. 과거 공안 사건을 중심으로 전제를 길게 작성하는 경우가 있었고 사건의 특성상 그부분에 대해 일본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예가 다수 있습니다. …(중략) 김용 관련 뇌물 부분은 전제사실이 좀 필요한 부분이 있을텐데 정치자금법은 다른 판결을 봐도 경위에 대해 이렇게 상세하게 범죄사실을 적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배경과 전제사실이 중요하다는 검찰 측 의견에 수긍되는 점이 있습니다만 공소장은 법원의 최종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이고… (중략) 뇌물 부분에 대해 기간도 길고 유착관계 설명, 전제에 있어서 쟁점으로 다퉈줘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보입니다만, 이른바 대장동 사건 본류, 위례 사건 본류는 다른 재판부에서 공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전제 사실을 이 법정에서 다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사건에서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해당 구속요건에 해당하는 사정들, 정치자금법의 경우 금원이 오갔는지, 뇌물의 경우에도 직무관련성이 있는지, 금원이 오갔는지 여부를 핵심적으로 심리하겠습니다. 검찰에서도 그 부분을 양지하셔서 필요한 부분들만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하시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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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됐다고 사건을 기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공소장을 다시 써 다투라는 거죠. 재판부는 또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지하조직의 비밀스러운 활동 내역을 까발리는 공안 사건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준 한편, 검찰로서도 어느 부분을 더 집요하게 공략해야 할지 팁을 받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상 공소장을 다시 쓰라는 재판부의 명령에, 변호인 측은 신이 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검찰은 발끈했고요.
2023. 1. 19 2회 공판준비기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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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측 변호인: 남욱의 경우 공소된 사건이 꽤 많아요. 각 개별적 공소장을 보면 전제사실이 많이 나열돼 있어요. 전체적으로 보기엔, 논리적으로 모순되거나 사실관계 충돌되는 경우 많아서, 도대체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힘든 부분 많습니다. 재판부가 공소장 정리를 말씀하셔서, 가능하시다면 논리적으로 모순되거나 어긋나거나 상충되는 부분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변론끼리 충돌하면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검찰: 모순된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변호인 의견입니다. 물론 저희가 수사하면서 추가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서 새로운 사실이 구체적으로 더 밝혀지면 구체화하기도 하지만, 종전 기소 건과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검토해서 기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에서는 모순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략) 변호인이 구체적으로 모순되는 점을 지적해주면 정리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모순이라고만 하시면 문제가 있어서, 다음 준비기일까지 어떤 부분이 모순이라는 것인지 입장을 밝혀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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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소환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김 전 부원장의 구속기소는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수사의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의 구속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정 전 실장도 구속됐고 이 대표 소환도 이뤄졌습니다. 대장동 공판도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성남시의회 상대 로비 정황, 불법 정치자금이 오고 간 정황에 대한 진술도 더더욱 적나라하게 나오고 있죠.
다음달 16일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증인 신문과 증거조사 일정을 잡은 뒤 재판은 막이 오르게 됩니다. 이미 두번의 공판준비기일에 김 전 부원장의 지지자들이 법정을 찾아 "대변인님, 힘내세요"라며 열렬하게 그를 응원했습니다. 피고인석으로 다가가다 제지를 당하는 지지자도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개딸'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그들의 응원에 힘입은 김 전 부원장은 미소를 띠며 주먹인사로 화답해 주기도 했습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말끔한 모습으로요. 대장동 본류 공판에서 구속 상태였던 대장동 키맨들이 덥수룩한 머리에 수의를 입었던 모습과 대조적인 모습이었었습니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이 아무리 말끔한 차림으로 공판에 참여해도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 판결로 확정된다면, 지지자들의 응원과 그의 여유만만한 태도는 '페이크'에 불과할 것입니다. 실제로 법정을 돌아다니다 보면 방청석에 있는 지인들에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안심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범죄자들도 꽤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검찰이 적시한 구체적 범죄사실이 법정에서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더이상 리스크가 아닌 리얼리티가 되겠죠. 다음 총선까지 1년 남짓 남았습니다. 리스크가 큰 만큼 후과도 클 겁니다. 이럴 때 쓰라고 나온 말은 아니지만 검찰과 김 전 부위원장, 누구에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법정B컷: 뉴스가 놓친 법정의 하이라이트 |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 CBS노컷뉴스 법조팀 기자들이 전하는 살아 숨 쉬는 법정 이야기 '법정 B컷'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법정B컷: 뉴스가 놓친 법정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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