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결국 오늘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고 친윤계의 전방위 압박을 받아온 나 전 의원이 장고 끝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 파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요. 국민의힘 전당대회 자세한 내용, 정치부 오수정 기자와 짚어봅니다.
나경원 전 의원이 굉장히 오랫동안 출마 여부를 고심해왔는데 결국 오늘 불출마를 선언했네요. 오늘 기자회견 내용 한 번 정리해주세요.
[기자]
나 전 의원은 오늘 오전 11시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주요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나경원 전 의원]
"저의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지금 작동하고 있고 극도로 혼란스럽고 국민들께 정말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제가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앵커]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라는 표현을 썼네요. 솔로몬 왕이 갓난아이를 두고 친모를 자처하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두 쪽으로 갈라라'라고 명령하자, 울면서 아이를 포기한 여인을 진짜 엄마라고 판단한 이야기를 빗댄 거죠.
[기자]
나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의 심정'을 언급하고 여러 번 스스로를 '영원한 당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원내대표 시절 광화문 광장에서 투쟁한 일, 윤석열 정부 탄생에 힘썼던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는데요. 당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본인이 희생을 했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하나 기자회견에서 주목해야 할 말은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대목입니다. 먼저 들어보시죠.
[나경원 전 의원]
"정당은 곧 자유 민주주의 정치의 뿌리입니다. 포용과 존중을 절대 간직해야 합니다.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을 기원하겠습니다"
연합뉴스[앵커]
뭔가 뼈있는 한마디로도 느껴지는데요?
[기자]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 해임에 이어서 '윤핵관'과의 설화, 초선의원 50명의 성명서 등 당이 정말 나 전 의원 비판에 '질서정연', '단일대오'하는 모습을 보였잖아요. 이에 대한 불쾌한 심기를 에둘러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설 연휴 직전까지만 해도 나 전 의원이 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측근들의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오면서 불출마 선언이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배경이 있을까요?
[기자]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직전까지만 해도 "결심이 거의 섰다"면서 출마에 무게를 뒀었습니다. 연휴가 끝나면 "보수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출정식을 할 것"이라고까지 말했었는데요.
나 전 의원은 불출마 결정이 외부 압박이나 지지율과는 무관하다고 했지만, 윤심과 멀어졌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동했을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의 강경한 태도에 여론조사 지지율까지 내림세를 보였던 점이 압박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향후 전당대회는 김기현 의원, 안철수 의원의 2파전으로 흐르게 됐네요.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표심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의 관심사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되나요?
[기자]
일단 나 전 의원은 본인이 누구를 지지하거나 연대한다는 관측에 선을 그었습니다. 당권주자들은 결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조금 결이 다른 반응을 보였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김기현 의원]
"대승적 결단을 하면서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였다고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안철수 의원]
"참 아쉽게 됐습니다. 나경원 전 대표께서 말씀하신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서 저도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앵커]
김기현 의원은 살신성인이다 높게 평가를 했고, 안철수 의원은 아쉬움을 먼저 나타냈네요. 당권주자별 유불리가 반영된 거겠죠?
황진환 기자[기자]
나 전 의원은 그간 발표됐던 여론조사에 10% 후반에서 20%대의 지지율을 꾸준히 기록해왔는데, 당 내부에서는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전통 지지층의 당심이 김기현 의원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금 더 우세합니다. 이에 힘입어 김기현 의원은 결선투표 없이 과반을 넘어 당대표에 선출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반면에 안철수 의원 측에서는 내심 나 전 의원이 출마해서 친윤 표심을 분산시켜주면, 결선투표로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는데요. 실제로 결선투표를 전제로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양자대결을 벌이면 안 의원이 우위에 있다는 조사 결과들이 나오기도 했거든요.
안 의원 입장에서는 김 의원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기 위해서 나 전 의원의 지역구가 '수도권'이라는 점을 고리로 연대를 모색하고 있고요. 노골적인 김장연대 같은 친윤 단일대오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당원들의 표심을 공략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나경원 전 의원, 이번 전당대회에는 불출마하지만 원내대표까지 지낸 4선 중진 의원이잖아요. 향후 정치적인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기자]
당내에서 나 전 의원을 표현하기를, 큰 시련 없이 이른바 '꽃길을 걸어왔다', '온실 속 화초' 이런 평가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정말 리더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중요 변곡점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전방위 압박에 무릎을 꿇는 모습이 되면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정치인 나경원으로서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선을 긋고 있지만, 각 당권주자들이 나 전 의원과의 연대를 위한 쟁탈전에 나선 만큼 어떤 역할을 할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