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경찰청 제공#17살 A군은 마약을 팔기로 마음먹었다. 학원에서 만난 친구 2명과 함께였다. 이들 일당은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텔레그램 내 마약채널에서 도매가로 마약을 사들였고, 본인들의 판매채널에서 되팔았다. 마약대금은 가상자산으로 받았다. A군은 자신을 숨기고자 성인 중간판매책을 모집했고, 마약류 수급과 판매를 주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군과 함께 마약류를 유통한 미성년자 판매책 2명을 포함한 총 23명을 검거했다.
#외국인 유학생 B씨는 지난해 1월 네덜란드 공급책으로부터 케타민 2.5kg, 툭락(엑스터시 종류의 환각제) 2만5천 정 등 약 33억 원 상당의 마약류를 들여왔다. B씨는 마약류를 초콜릿, 커피, 영양제로 위장해 국제우편으로 밀반입하는 방법을 썼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B씨 등 40명을 검거해 이 중 26명을 구속했다.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 기간 중 마약류를 판매하고 투약한 5천여 명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약 5개월간 마약류 범죄 집중 단속을 벌여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집중단속 기간에 마약류를 유통하고 투약한 총 5702명의 마약류 사범을 검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중 791명은 구속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4125명이 붙잡힌 것과 비교해 38.2% 늘어난 수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경찰에 붙잡힌 이들은 총 1만 2387명으로 역대 최다로 나타났다.
특히 클럽과 유흥업소 등에서 적발된 마약류 사범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집중 단속 기간, 경찰은 클럽과 유흥업소 일대에서 377명을 검거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3명에 비해 11.4배 늘어난 수치다.
경찰에 따르면 파티룸 등에서 파티를 하며 마약류를 투약하는 새로운 형태의 범행이 포착되기도 했다. 장소별로는 클럽(42.9%), 유흥업소(26.3%), 노래방(15.9%) 순으로 마약류 사범이 적발됐다.
실제 경기북부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게임장 등 유흥시설을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대마초를 제공한 일당 5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이들 일당은 유흥시설과 함께 대마 재배시설도 갖췄었다. 대마 재배부터 판매·투약까지 한 번에 이뤄지도록 꾀했던 셈이다. 경찰이 이들에게서 압수한 생대마 13kg과 대마 건초 5.3kg은 18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2030 젊은 층의 마약류 사범이 느는 가운데, 10대 마약사범도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단순 투약뿐만 아니라 유통에까지 가담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마약류 사범 중 최연소는 만 14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마약류 사범도 866명 적발됐다. 이들은 공업단지와 같은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자국민들끼리 모여 마약류를 투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적별로는 태국 355명, 중국 237명, 베트남 179명, 우즈베키스탄 14명, 러시아 14명, 기타 67명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인터넷·SNS 등이 비대면 거래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불법 유통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의 단속과 추적을 피하고자 마약류 거래가 음지화하는 것도 특징이다. 경찰은 이번 단속 기간 중 다크웹·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류 사범 총 533명을 검거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48명) 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이번 집중 단속 기간 중 경찰은 판매사범 1238명, 밀수사범 35명, 제조사범 11명을 붙잡았다. 또한 필로폰 16.7kg, 대마초 24.4kg, 양귀비 3만 4009주, 야바 8만 2453정, 엑스터시 5238정을 압수해 대량의 마약류가 일상에 파고드는 것을 사전에 방지했다고 밝혔다. 또 범죄수익금 5억 2천만 원을 압수하고, 3억 4800만 원 상당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다크웹·가상자산 전문수사팀을 전 시도경찰청으로 확대 운영하고, 사이버 마약 전문수사관을 채용하는 등 수사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근본적인 마약류 범죄 근절을 위해서 관계기관과 협력해 관련 법령 제·개정 및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