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앤코 제공 지난달 27일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막이 끝난 후 인터미션(쉬는 시간)이 됐지만 많은 관객이 자리를 지켰다. 객석 곳곳에 출몰하는 젤리클 고양이들과 스킨십하면서 장난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고양이의 애교에 "까르르" 웃었고, 고양이는 그런 관객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살금살금 무대 위로 기어올라갔다.
뮤지컬 '캣츠'의 젤리클석(1층 통로석)이 돌아왔다. 2018년 내한공연 이후 5년 만이다. '캣츠'는 고양이들이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하는 것이 트레이드마크다. 덕분에 젤리클석이 최고 인기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캣츠' 40주년 내한공연 당시에는 배우들의 객석 동선을 최소화하고 객석을 지날 때 '메이크업 마스크'를 착용했던 터. 객석을 자유롭게 누비는 고양이나 고양이나 '플레이타임'을 즐기는 관객이나 즐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캣츠'는 T.S 엘리엇의 시 '지혜로운 고양이들의 지침서'를 무대로 옮겼다.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 '젤리클 볼'에 모인 고양이들이 각자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면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는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새로 태어날 고양이 한 마리를 선택한다. 고양이들의 사연은 다채롭다. 귀 기울여 듣고 있노라면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떠올라 뭉클해진다. "고양이들의 삶도 만만치 않구나. 힘내렴."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꼭 잡아주고 싶어진다.
극중 그리자벨라가 '메모리'를 부르는 장면. 에스앤코 제공 고양이들의 삶은 고난도 춤을 만나 생명력을 얻었다. 혹독한 연습으로 체화된 고양이스러운 몸짓과 발레, 재즈댄스, 탭댄스, 아크로바틱 등 역동적 안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만든 넘버는 주옥같다. 특히 '그리자벨라' 역의 조아나 암필이 부르는 '메모리'(Memory)는 여운이 오래 간다. 아름다웠던 외모는 온데간데 없고 온갖 풍파를 겪으며 늙고 초라해진 '그리자벨라'. 그럼에도 꺾이지 않고 '메모리'를 열창하는 '그리자벨라'의 모습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메모리'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배리 매닐로우 등 15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180여 회 녹음한 명곡이다.
공연 중간중간 한국 관객을 위해 마련한 장면이 많다. 아기 고양이 '제마이아'는 2막 도입부에서 한국어로 '메모리' 중 한 소절을 부른다. '올드 듀터러노미' 역의 브래드 리틀은 2막 시작 전 무대에서 관객을 향해 큰절을 한 뒤 90도로 인사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아기 고양이 제마이아가 한국어로 '메모리'를 부르는 장면. 에스앤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