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밀행성'이 핵심인 경찰 감찰부서가 조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갑질 의혹을 받는 당사자에게 '언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내부에선 당사자가 조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암시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감찰조사계는 현재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A경정을 조사하고 있다. A경정은 경기 안성시 물류창고 공사장 추락사고 수사본부에서 근무하면서 부하 직원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수사팀 중 상당수는 함께 관용차를 이용해 수사본부로 출퇴근을 했지만, A경정은 부하 직원이 모는 차량을 타고 왕복 100km 거리를 오고간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와는 무관한 개인 일정을 가는데도 부하 직원의 차량을 얻어 타고 이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일과 후 잦은 술자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경기남부청 감찰조사계는 이 같은 의혹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CBS노컷뉴스의 취재가 시작되자 진상 파악에 나섰다.
문제는 정식 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에게 미리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경기남부청 감찰조사계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 이후 A경정에게 연락해 "기자에게 연락이 왔는데, 전화가 오면 통화 후 연락을 달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찰 업무는 '밀행성'이 기본으로 꼽힌다. 감찰 조사가 알려질 경우, 가해자가 증거인멸을 시도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회유를 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경찰청 훈령 경찰 감찰 규칙 31조는 '감찰관은 정보제공자나 피해자 등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고 신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감찰이 이 같은 원칙을 어기면서 A경정에게 조사에 대비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감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A경정이 부하직원 일부에게 연락을 했기 때문이다. A경정은 "감찰조사계 연락을 받고 전화를 한 것은 맞다"며 "혹시 아는 게 있나 해서 물어본 것이며 압박을 하려고 한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선 감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감찰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알려지면 당연히 증거인멸이나 무마가 이뤄질 수 있다"며 "수사로 치면 범죄 용의자에게 가서 '형사가 당신 찾는 것 같던데'라고 귀띔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를 하더라도 내사로 시작해 피해자 조사 후 마지막 단계로 피의자 조사를 한다"며 "기본 중의 기본인데 우리 조직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찰 측은 통상 진행되는 절차라는 입장이다. 경기남부청 감찰조사계 관계자는 "언론 취재가 들어오면 확인보고라는 걸 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연락을 한 것"이라며 "A경정이 감찰 연락을 받고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했다면 잘못된 부분이긴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