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상영관. 강릉씨네마떼크 제공강원도에서 유일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인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 올 들어 심각한 경영난에 처하면서 폐관 위기에 놓이자 영화계는 물론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독립·예술영화를 전용으로 상영하는 곳으로 강릉 도심에 위치해 있다. 극장은 상영관 1개에 좌석 수 111석 규모로 국내·외 다양한 작품을 하루 평균 5편씩 꾸준히 상영하고 있다. 강릉의 영화문화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인 강릉씨네마떼끄가 지난 2012년부터 지자체 등 여러 지원을 통해 빠듯한 살림이지만 극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강릉시와 강원도 등에서 지원해 오던 지자체 예산이 올해 갑자기 끊기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8일 강릉씨네마떼크 등에 따르면 강릉시는 독립영화도시 조성과 전용극장의 안정적인 운영 지원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전국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운영비 5천만 원을 해마다 지원해왔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강원도와 매칭사업으로 추진하면서 두 지자체에서 각각 6천만 원씩 1억 2천만 원을 지원해 장비구입과 좌석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 더욱 안정화되는 모습이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지난해 전체 운영비 가운데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던 지자체들의 예산이 긴축 재정 등의 이유로 전액 삭감되면서 당장 다음 달부터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 지 우려되고 있다.
예산 삭감과 함께 지난 3년간 코로나19 여파로 연간 1만여 명에 달하던 관람객 수도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등 극장 자체수입도 줄면서 지난해 이월된 자금으로 다음 달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송은지 강릉씨네마떼끄 사무처장은 "극장 자체수입 등으로 운영을 해 나갈 수 있다면 가장 안정적이겠지만, 현재 지자체의 지원 없이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지난해 이월된 예산으로 이달 말까지 어떻게 버틸 수 있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가 걱정"이라고 어려운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강원도와 강릉시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현재 검토 중으로 알고 있지만, 지원이 결정되더라도 6월쯤에나 지원이 가능해 후원 캠페인을 자구책으로 마련했다"며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 위해 멀리 떠나지 않고 우리가 사는 곳에서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도록 후원 캠페인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공식 블로그 캡처실제로 강릉씨네마떼크는 지난 4일부터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신영극장을 부탁해'라는 후원 캠페인을 통해 강릉시민과 전국의 영화인을 상대로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3월까지 1인당 5만원씩 800명의 후원인을 모아 극장 운영에 필요한 임대료 등 4천만 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영극장이 경영난으로 운영을 하지 못할 경우 정동진독립영화제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또 다른 걱정거리다. 강릉씨네마떼크가 극장과 함께 영화제를 운영하면서 영화제 사무국을 극장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제 전반적인 부분이 신영극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지역 영화계에서도 폐관에 이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강릉정동진독립영화제 김진유 집행위원장은 "신영극장이 영화제 사무국을 겸업하고 있는 공간이어서 극장이 위태로우면 영화제도 위태로운 상황을 맞게 된다"며 "독립·예술극장을 민간단체가 운영하고, 또 이 같은 극장을 지자체가 지원하는 곳도 강릉이 유일한 만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지원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릉시의회 김현수 의원은 "강릉에서 신영극장은 영화 외에도 지역 문화의 '상징성'이 있으며 또한 인권비도 받지 않고 '열정페이'로 일하고 있는 정동진독립영화제 버팀목이자 근간이 되는 곳"이라며 "안정적인 운영이 될 수 있도록 그동안 지원해 왔던 시 예산이라도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릉시 관계자는 "신영극장이 강릉에서 지니고 있는 상징성 등 여러 의미들을 고려해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시에서도 도울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강릉 신영극장 지난 1960년대부터 지역 문화예술의 상징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 상영 외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극장'으로써 공연이나 학예회 같은 여러 행사들을 치렀다. 특히 "신영극장 앞에서 만나"라는 말이 익숙할 정도로 만남의 장소로 불리며 지역 랜드마크로 떠올랐으나, 멀리플렉스 영화상영관의 등장으로 2009년 폐관했다.
이후 이를 안타까워하던 시민 등의 노력으로 강릉씨네마떼끄가 지난 2012년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재탄생시켰다. 하지만 2016년 다시 재정 악화 등으로 휴관했고, 강릉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에 연간 5천만 원을 지원하면서 2017년 3월 재개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