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피의자 등 사건 관련자를 심문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 규칙 개정에 나선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데다 위헌 소지도 적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원석 검찰총장조차 규칙 개정 움직임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인지한 것으로 확인돼 검찰과 법원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형사소송 규칙 일부 개정안을 지난 3일 입법 예고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대법원으로부터 어떠한 사전 협의나 연락, 의견조회 공문 등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해당 개정안에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 개정안은 사법행정자문회의가 2021년 10월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법원행정처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황진환 기자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법원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수사기밀 유출과 증거인멸 등 밀행성을 해치게 되고 엄정한 범죄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관계기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협의와 숙고를 거쳐야 함에도 아무런 사전 의견수렴이나 협의 없이 개정 절차가 진행되는 것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를 도입하면 수사 밀행성을 해칠 뿐 아니라 피의자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도 커진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법원이 심문 대상으로 '사건 제보자'를 부르기 때문에 피의자에게 수사 정보가 흘러갈 가능성이 적다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라며 "제보자가 피의자와 가까운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수사 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제보자 불출석으로 영장 자체가 기각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를 만든다면서 관련 기관인 법무부나 대검찰청, 경찰청과 어떠한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영장 발부 요건이 부족하면 기각하면 될 일이다. 굳이 밀행성을 해치면서까지 심문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반면 대법원은 "대면 심리 대상은 통상 영장을 신청한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이 될 예정"이라며 "일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만 실시될 것이어서 형사소송규칙이 개정되더라도 압수수색 단계에서의 수사 밀행성 확보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개정안을 공개한 대법원은 의견 수렴을 거쳐 6월 1일부터 새 규칙을 적용할 방침이어서 향후 사법부와 검찰 간 대립각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