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혜 작가.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유기적 기하학'의 세계를 구축한 홍승혜(64)의 개인전 '복선伏線을 넘어서 II'(Over the Layers II)가 9일부터 3월 19일까지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2004년 같은 장소에서 개최한 전시 '복선伏線을 넘어서'(Over the Layers)의 후속편이다.
홍승혜는 1997년부터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각 픽셀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작가가 새로 배운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덕분에 도형의 모양새와 색채가 훨씬 다채로워졌다.
작가는 해방과 아마추어 정신이라는 단어를 썼다. 9일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포토샵이라는 격자무늬 감옥에 산 지 25년 됐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배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편이라 일러스트레이터를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툴을 사용해 여러가지 형태와 색상의 이미지를 작업했다"고 말했다.
국제갤러리 1관(K1) 홍승혜 개인전 '복선伏線을 넘어서 II(Over the Layers II)' 설치전경. 국제갤러리 제공전시장 1관 바깥쪽 공간은 '일러스트레이터 연습장'같은 곳이다. 작가가 일러스트레이터의 각종 툴을 습득하는 과정을 작품화한 평면 작업들을 설치했다. 기존 픽셀의 사각 틀에서 벗어나 별, 꽃, 타원 등 자유로워진 작가의 색채와 선을 엿볼 수 있다.
1관 안쪽 공간에서는 평면 이미지가 입체가 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한 쪽 벽면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별명에 착안한 자화상 '홍당무', 기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모던 타임즈' 등이 걸려 있다. 테이블, 꽃병, 선반, 파티션 등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브제도 배치됐다.
작가는 "작업의 키워드는 유기적 예측불허다. 처음부터 오브제의 용도를 정해놓고 작업하는 게 아니"라며 "테이블이나 선반 위에 무엇을 올려 놓느냐에 따라 형상이 변할 수 있다. 오브제의 최종 형태는 사용자가 완성한다"고 말했다.
1관에서는 마티스에 헌장하는 작품도 볼 수 있다. 1관 각 방의 벽면 모서리를 오려낸 '레몬 자르기'와 '하늘 자르기'는 말년에 색종이를 오려 붙여 벽면 가득 장식한 마티스의 파피에 데쿠페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3관에서는 형형색색 꽃으로 장식된 무대에서 영상과 사운드를 동반한 픽토그램 인형들의 무도회가 펼쳐진다.
국제갤러리 1관(K1) 홍승혜 개인전 '복선伏線을 넘어서 II(Over the Layers II)' 설치전경. 국제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