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린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가 11일 국내로 압송됐다. 연합뉴스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함께 해외로 도피했던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가 11일 국내로 압송됐다. 김씨는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릴 만큼 자금 관리를 하던 인물로 알려졌는데, 쌍방울의 자금줄을 쫓는 검찰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쌍방울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씨는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김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법무부 호송차에 올라탔다. 그는 현재 수원지검으로 압송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앞서 지난해 5월 김 전 회장과 함께 해외로 도피했다가 12월 태국에서 체포됐다. 이후 송환을 거부하며 파타야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중 벌금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했다.
그는 김 전 회장의 매제로, 자금 전반을 관리한 인물로 알려졌다. 쌍방울 사정을 아는 인사는 "김씨는 김 전 회장의 주식 등 개인 자금을 관리했고, 쌍방울 그룹 자금은 A부회장이 담당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국내로 송환되면서 김 전 회장의 자금줄을 쫓는 검찰의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 개인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SPC) 여러 곳과 쌍방울 계열사간 수상한 자금 거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2019년 당시 북한에 전달했다는 800만 달러의 출처도 대부분 이같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자금 조달 과정에는 김씨가 깊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 임직원들은 "김씨가 대북 송금 과정에서 자금 마련은 물론 달러 환전까지도 지시하거나 직접 이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압송한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가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박씨가 갖고 있던 휴대전화 6대 중 2대는 김 전 회장이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1대는 김 전 회장이 한국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휴대전화를 분석해 대북송금 의혹을 비롯 횡령이나 배임 등 쌍방울 의혹과 관련된 증거를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3일 외국환관리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공여, 횡령, 배임,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김 전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