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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강진 희생양 찾기?…붕괴 건물 건설업자들 대거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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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호주

    튀르키예 강진 희생양 찾기?…붕괴 건물 건설업자들 대거 체포

    핵심요약

    튀르키에 법무부 지진범죄 수사대 설치
    내진 규정 안지켜 건물 붕괴 됐는지 여부 조사
    "대중의 분노 때문에 구금" 볼 멘 소리도
    약탈도 성행…총격전까지 난무
    트럭 6대분 구호품 훔치려는 시도도
    "워낙 절박해 약탈에 나설 수밖에 없어"

    튀르키예 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시내에 지진으로 폐허가 된 건물 사이로 사람들이 앉아있다. 연합뉴스튀르키예 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시내에 지진으로 폐허가 된 건물 사이로 사람들이 앉아있다. 연합뉴스
    지진 발생 6일 만에 튀르키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 8천 명을 넘긴 가운데 튀르키예 당국이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의 건설업자들을 대거 체포했다. 정부의 늑장·부실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부실공사 업주들에게 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아다나 주 검찰이 건물 붕괴 수사를 위해 62명을 구금하라고 명령했고 디야르바키르에서도 같은 이유로 33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건설업자들에 대한 체포는 튀르키예 법무부가 이들 지역 당국에 '지진 범죄 수사대'를 설치하라고 지시한 이후 이뤄졌다. 법무부는 또 이번에 무너진 건물들이 1999년 강진 이후 시행된 내진 규정을 지키지 않아 피해를 키운 정황이 있는지 조사하고, 관련된 건설업자와 책임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했다.  

    10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시내 건물들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있다. 연합뉴스10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시내 건물들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있다. 연합뉴스
    체포된 건설업자 중에는 하타이주의 호화 아파트 단지 '뢰네산스 레지던스' 건설업자 메흐메트 야사르 코슈쿤도 포함됐다. 이 아파트 단지는 250세대가 완전히 붕괴했다. 코슈쿤은 몬테네그로로 도주하려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붙잡혔다. 그의 변호사는 대중의 분노 때문에 코슈쿤이 구금됐다고 말했다. 진앙 인근 가지안테프에서 붕괴한 건물 단지의 건설업자도 과실치사와 공공건설법 위반으로 구금됐다. 가지안테프에서 무너진 아파트를 부실 점검한 공무원도 붙잡혔다.  

    튀르키예에서는 1만8천 명의 사망자를 낸 북서부 대지진이 발생한 1999년 이후 내진 규제가 대폭 강화됐고 2018년에도 한 차례 보강됐다. 하지만 건설업자들이 비용 줄이기에 몰두하면서 건설 현장에서 이 같은 내진 규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강진에 속절 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엄청난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따라서 규제 당국이 제 역할만 했어도 인명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사정 당국의 수사 칼날이 공무원이나 정치인 등을 정면으로 겨눌지는 미지수다.  

    튀르키예가 구조와 복구로 똘똘 뭉친 것도 아니다. 전세계가 지진 피해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지만 정작 피해 지역에서는 약탈과 총격전 등 폭력 행위가 일어나 생존자와 구조대원들을 위협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에서는 강진 피해 지역에서 빈집을 털거나 상점 창문을 깨고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일부는 식료품이나 유아용품이 절실해 슈퍼마켓을 뒤지고, 일부는 옷가게와 전자제품 매장에서 휴대전화 등 값 나갈 만한 물건을 쓸어간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지진 피해가 큰 지역 중 하나인 남부 카흐라만마라슈시를 찾아 취재진에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지진 피해가 큰 지역 중 하나인 남부 카흐라만마라슈시를 찾아 취재진에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에서 온 2개의 구조팀과 오스트리아 구조팀은 총을 들 사람들 간의 충돌로 구조작업을 잠시 중단해야 했다. 튀르키예 구조대원인 기젬은 로이터 통신에 "대부분의 약탈자들이 칼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AFP는 경찰이 약탈 용의자들로부터 훔친 현금과 휴대전화, 컴퓨터, 무기, 보석류, 은행카드 등을 압수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구호단체 직원을 사칭해 트럭 6대 분의 식량을 가로채려 한 사건도 발생했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훔친 물건을 들고 도망가거나 약탈자들이 주민들에게 두들겨 맞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나돌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상황이 워낙 절박해 생존자들이 약탈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1일  동남부 도시 디야르바크르를 찾아 지진 피해 상황을 점검한 자리에서 "약탈이나 납치 등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은 국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이번 지진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재난으로 기록된 1999년 지진보다 3배 더 강력하고 파괴적이었다"고 "1939년 에르진잔 지진보다 훨씬 더 크고 파괴적인 재난으로 기록되고 있다"고 밝혔다.  에르진잔 지진은 약 3만3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999년 마마라 지진은 약 1만 8천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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