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로 판단한 법원이 작성한 판결문 곳곳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등장한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재판부는 "1단계 주가조작과 2단계 주가조작에서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김건희 계좌와 다른 한 사람의 계좌 정도"라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로 인해 1단계 주가조작 범행은 공소시효가 끝났지만, 2단계 주가조작 이후부터의 범행 대부분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판결문에 '주가조작 범행에 김 여사의 계좌가 수십차례 활용됐다'라는 내용도 담았다.
법원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 소개받아… 2012년까지 거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작성한 판결문에는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수차례 등장한다.
판결문에는
"권오수 전 회장은 김건희 여사 등에게 '주식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이모 씨를 소개했다"라고 기재됐다.
이 씨는 1단계 주가조작 범행에서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로 활동한 사람으로, 지난 10일 재판에서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어 판결문에는
"김건희 여사는 2008년 12월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보유했고 상장 후에는 권 전 회장으로부터 이 씨를 소개 받았고, 자신 명의의 A증권 계좌의 주식매매를 위탁해 이 씨가 매수주문을 낼 수 있도록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총 6개 계좌로 보유했고, 이들 계좌에서 2012년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가 이뤄졌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적혔다. 앞서 법원은 2010년 10월 21일 이후의 범행부터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고 판결한 바 있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은 총 5단계에 걸쳐 진행됐는데,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판결문에
"1단계와 2단계 범행에서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김건희 여사 계좌와 다른 한 사람의 계좌 정도"라는 내용도 담았다.
"'김건희 계좌 2개' 주가조작에 활용"… 공소시효도 남아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특히 김 여사 명의의 계좌 2개가 주가조작 범행에 활용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10일 판결에서 유죄로 인정된 범행에 활용된 김 여사 명의의 계좌는 A증권 계좌와 B증권 계좌, 총 2개로 나타났다. 활용된 횟수로 보면 A계좌가 총 13차례이고, B계좌가 35차례이다.
주목할 점은 공소시효가 남은 범행 기간에도 김 여사의 계좌가 활용됐다는 점이 판결문에 담겼다는 것이다. 앞서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 중 일부 범죄에 대해 포괄일죄를 적용해 2010년 10월 21일 이후의 범행부터는 공소시효가 남았다고 판결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 2011년 10월 28일 오후 1시 2분, 투자자문사 임원이자 현재는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민 모 씨가 주가조작 선수 김 모 씨에게 김 여사의 A계좌에 대한 거래를 문의한다.
당시 민 씨는 김 씨에게 '잠만 계세요. 지금 처리하시고 전화 주실 듯'이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약 3분 뒤인 오후 1시 5분에 김 여사 명의의 A계좌에서 주당 3100원에 10만 주의 매도 주문이 나온다. 이어 민 씨 등의 계좌에서 3100원에 10만 주 매수 주문이 나와 거래가 체결됐다.
이어 2011년 11월 1일 오전 11시 22분에도 김 씨는 민 씨에게 '3300원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민 씨는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다. 약 20분 뒤인 오전 11시 44분 김 씨가 '매도하라 하셈'이라고 다시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약 7초 뒤 3300원에 8만 주의 물량이 매물로 나왔다.
이러한 내용을 판결문에 담은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 명의의 A계좌에 대해 "위와 같은 문자 메시지 내용과 제출된 주문, 해당 기간 권 전 회장과 김 씨, 민 씨 등의 공모가 성립해 있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면 해당 계좌는 피고인들의 의사에 따라 시세 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직접 주문을 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표현을 담았다. 재판부는 "해당 계좌에서 직접 주문을 낸 것인 누구인지를 확정할 수 없지만, 문자 메시지를 통한 의사 연락과 주문, 체결 시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들에게 일임됐거나 적어도 이들의 의사나 지시에 따라 운용된 계좌로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여사 명의의 또 다른 계좌인 B계좌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이 직접 운용한 계좌에서 매도 주문이 제출되고, 이들이 관리한 김 여사 명의의 계좌와 매매가 체결됐는데, 시세조종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결문에 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