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핼러윈데이 당시 대응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경찰 정보·경비 라인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논리를 치밀하게 짜온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제출받아 23일 공개한 공소장에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을 비롯한 경찰 정보·경비 라인이 경찰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수익자 부담 원칙', '경찰의 경비원화 방지', '경찰 만능주의 극복' 등의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적시됐다.
박 전 서울청 정보부장은 참사 직후인 지난해 10월 31일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들에게 "경찰은 안전확보의 1차 책임자가 아니다. 앞으로 경찰의 경비원화를 막는 좋은 논리니까 지역축제, 행사에 경찰이 안전유지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관행을 깨고, 범죄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험이 있을 때만 경찰이 압도적 강제력으로 장악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경비국 관계자들은 "맞는 말씀이다", "논리 개발에 주력하겠다"며 박 전 부장의 메시지에 적극 호응했다.
또한 경찰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여론 형성'에 몰두한 정황도 낱낱이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취지로 한 발언을 담은 기사를 보내면서 한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 A씨는 박 전 서울청 정보부장에게 "불똥은 면하겠습니다ㅎㅎㅎ"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박 전 부장은 해당 메시지에 "그러네 (…) 일반적·추상적 위험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스탠스 좋네. 수고해"라는 답장을 보냈다. 이에 A씨는 "넵 흐지부지 전략으로 시간끌기로 ㅎ"라는 메시지로 화답했다.
이와 더불어 이들이 핼러윈 대응 관련 보고서 4건 중 3건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한 정황 또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핼러윈 참사를 앞둔 지난해 10월 용산서 정보과에서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포함해 핼러윈 축제 위험성 관련 4건의 보고서가 작성됐다. 해당 보고서들은 모두 인파 운집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있고, 이를 대비한 경찰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참사 이후 이들은 박 전 서울청 정보부장과 김 전 용산서 정보과장은 수 차례의 삭제 지시를 거쳐 보고서 4건 중 3건을 결국 삭제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서울청 정보부장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국회에 '핼러윈데이 대응과 관련해서는 용산서 정보과 정보관이 작성한 보고서 1건만 존재한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나머지 보고서 3건의 존재를 은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정황이 드러나자 검찰은 지난 8일 증거인멸교사 혐의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박 전 서울청 정보부장과 김 전 용산서 정보과장을 추가로 기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