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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이면 썩기 마련…SM 사태, 진흙탕 걷어내면 드러나는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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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고이면 썩기 마련…SM 사태, 진흙탕 걷어내면 드러나는 핵심

    핵심요약

    에스엠 경영권 분쟁, 법정 다툼에 진흙탕 폭로전까지로
    'K팝 선도' 지위 상실, 이수만 '1인 체제' 부조리가 원인
    하이브든 카카오든 '혁신적 변화' 동반자 요구되는 상황
    K팝 전체에 이득이 되는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 필요

    정덕현 문화평론가정덕현 문화평론가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사태로 연일 시끌시끌하다. 쏟아져 나오는 관련 기사들을 들여다보면 주식 지분을 두고 벌어지는 경영권 싸움에 대한 이야기들이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팩트만 정리하면 이렇다. 하이브가 이수만 에스엠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취득해 에스엠 1대 주주가 됐다. 하지만 앞서 에스엠 현 경영진은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해 카카오를 이 경영권 싸움에 끌어들였다. 이것을 갖게 되면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하게 된다. 하이브에 이어 2대 주주지만 한판 붙어볼 만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이브-이수만 연합'과 '에스엠-카카오 연합'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지만 여기에는 아직 변수가 남아있다. 그것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에스엠 현 경영진이 카카오에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 위법하다며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법원이 만일 이수만의 손을 들어주면 카카오는 하이브와의 지분 경쟁에 사실상 뛰어들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카카오가 2대 주주에 오르게 되면 경영권 분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하이브 연합과 카카오 연합의 대결은 이미 폭로전 양상을 띠며 진흙탕 싸움으로 돌입했다. 대리전처럼 보이지만, 에스엠 현 경영진인 이성수 공동대표가 이수만 전 총괄의 갖가지의 의혹과 논란을 폭로하는 영상을 올렸고, 이수만을 지지하는 사내 변호사인 조병규 에스엠 부사장은 이에 맞서 하이브의 엠앤에이(M&A)는 우호적인 것이며 오히려 대주주의 뜻에 반해 지분을 늘리고자 하는 건 카카오와 현 경영진 쪽이라고 맞섰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도 이수만 쪽을 지지하며 현 경영진과 카카오에 대해 "묵과할 수 없는 배신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현 경영진이 카카오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사업협력 체결 과정에서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원, 음반 및 매니지먼트 유통 계약 등을 카카오 측에 무기한 넘기기로 했다는 계약서가 폭로되면서 하이브 측은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앞.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앞. 연합뉴스
    보이는 건 진흙탕 폭로전이지만 사실상 이건 여론전에 가깝다. 이 경영권 다툼은 결국 여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법대로 판단하겠지만 거기에도 여론의 영향은 분명 존재할 것이고, 지분 싸움에서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 하는 것도 여론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흙탕이 되어버린 폭로전은 사태의 본질을 가린다. 그래서 한 발 물러나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사태를 관망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먼저 왜 이 사태가 벌어졌는가 그 원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에스엠이 과거 K팝을 이끄는 선도적인 위치를 최근 많이 빼앗기게 된 상황이다. 방탄소년단을 위시해 하이브가 치고 나오면서 K팝 하면 에스엠보다 하이브가 글로벌 시장에서 더 주목받는 위상의 변화가 생겼다. 내부적으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아 고쳐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오게 된 게 두 번째 이유로서 이수만 전 총괄의 1인 체제가 갖는 부조리다. 이수만 전 총괄은 1997년 에스엠과 별개로 세운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에스엠 아티스트 프로듀싱에 참여해왔는데 매년 에스엠 총매출의 6%를 가져갔다. 2021년 라이크기획이 가져온 수수료는 240억원으로 에스엠 연간 영업이익의 3분의 1에 달했다. 그러니 이에 대한 불만과 K팝 위상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수만 중심의 프로듀스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연합뉴스
    이 원인을 먼저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K팝의 변화가 읽힌다. 에스엠은 누가 뭐래도 K팝의 역사를 써온 전통적인 기획사지만, SNS 시대에 발맞춰 등장한 하이브의 혁신 앞에 그 위상을 내주게 됐다. 본래 에스엠 역시 시작은 '혁신'이었지만 어느 순간 전통이 됐고 하이브 같은 새로운 시대의 혁신 앞에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K팝 전체의 큰 흐름 안에서 보면 에스엠은 그것이 하이브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카카오에 의한 것이든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혁신이 에스엠의 미래에 또 K팝 전체에 도움이 될까. 하이브와 함께 가는 길과 카카오와 함께 가는 길이 놓여 있다. 먼저 하이브는 에스엠과 힘을 합쳐 세계 3대 메이저 음악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 방법은 이미 하이브도 또 에스엠도 갖고 있는 팬덤 플랫폼이다. 결국 K팝의 궁극적 힘은 팬덤에 나온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두 기업은 각각 위버스와 버블이라는 팬덤 플랫폼을 갖고 있다. 여기에 양사의 아티스트들을 세우고 전 세계 팬덤을 끌어 모으는 것만으로도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분명하다. 다만 이처럼 하이브와 에스엠이 함께 하는 거대 공룡기업의 탄생은 K팝의 다양성을 해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하이브가 뉴진스를 탄생시킨 어도어의 경우처럼 내부 레이블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막강한 권력에서 나오는 독점적 지위는 전체 K팝 시장의 다양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카카오 홈페이지 캡처카카오 홈페이지 캡처
    한편 카카오는 그 기업의 태생이 K팝과는 거리가 있는 콘텐츠 기업이라는 점에서 에스엠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타 장르나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테면 웹소설, 웹툰 같은 카카오의 콘텐츠와 플랫폼은 에스엠의 K팝 아티스트들을 캐릭터화하는 다양한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정점을 지나 지속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더 막강한 힘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당면한 현실이다. 그 현실을 감안하고 보면 하이브와의 연합이 아쉬워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 사태의 끝에는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K팝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에스엠의 혁신은 그런 점에서 반드시 한번쯤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다. 물론 그것이 지금 같은 하이브와 카카오가 경영권을 두고 부딪치는 양상이 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영권을 누가 가져가느냐 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선택이 K팝 전체에 이득을 가져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득실을 따져봐야 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선택에는 여론의 힘도 무시 못한다는 점에서 이 사태에 소외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나 팬들도 더 큰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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