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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력 확충, 의정 협의론 출구 없어…공공의대가 답"

보건/의료

    "의사인력 확충, 의정 협의론 출구 없어…공공의대가 답"

    정의당·경실련·보건의료노조 등 '공동활동 선포' 기자회견
    "의약분업 당시 의대정원 감축이 필수의료 공백 불러" 비판
    "정부-의협 협상 아닌 시민단체·환자·지자체 등 참여 협의체 필요"
    의협 "필수의료 저수가 문제 등 근본적 대책 없는 증원 의미 없어"

    경실련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의료노련, 간호와돌봄을바꾸는시민행동이 정의당과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의사인력 확충 공동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제공경실련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의료노련, 간호와돌봄을바꾸는시민행동이 정의당과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의사인력 확충 공동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제공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가 속출하는 등 필수의료 공백이 현실화된 가운데 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또다시 '공공의대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이들은 현재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키를 쥐고 있는 의정협의체로는 관련 논의가 진전될 수 없다며, 환자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논의구조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 간호와돌봄을바꾸는시민행동은 정의당과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각각 노동·시민사회·정당을 대표해 향후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공동활동을 전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젠 의대 정원 확충의 필요성을 논할 단계는 한참 지났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또 단순히 기존 의과대학의 모집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봤다.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커질 때마다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병상을 쥐어짜고 나면, 남는 병상과 의사가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지는 환자가 부지기수였다는 것이다. 국내 공공 병상 수는 지난 2020년 기준 전국 의료기관의 9.7%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71.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6일 '의사인력 확충 공동활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강은미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제공지난 6일 '의사인력 확충 공동활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강은미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제공
    민간 병원이 대부분인 기형적 구조다 보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팬데믹(pandemic)이 닥치면 공공병원이 최우선 '징집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부족해 병원 공터에 컨테이너 병상까지 설치하기도 했다.
     
    작년 7월에는 더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서울 소재 대형병원, 그것도 '빅5'라 불리는 아산병원에서 30대 간호사가 근무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것이다. 당시 응급실에 수술을 집도할 전문의가 부재해 타 병원으로 전원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신경외과의 중에서도 '개두술'이 가능한 교수는 대형병원이라 해도 2~3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전체 모수(母數)가 워낙 적은 데다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과들은 '기피 과'다 보니 나이가 지긋한 교수들이 야간 '응급 콜'을 받아가며 당직을 서야 하는 현실이다.
     
    의료 인프라에서도 예외가 아닌 '수도권 쏠림' 현상은 지역 간 필수의료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전국의 중증응급환자가 적정시간 안에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하지 못할 확률은 2018년 50.3%에서 재작년 기준 51.7%로 늘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경실련 등은 이러한 사태의 원인으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대 입학정원 10% 감축'을 지목했다. 이들은 "금세 닥쳐올 고령화 등 의료수요 증가에 대비하지 못한 채 당장 의사 반발을 잠재우기에 급급했다"며 "의사들을 위해 입학정원을 줄이고 동결한 결과, 우리나라 활동의사 수는 전 세계 꼴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성형외과·피부과 같은 인기 과로 몰려 특정 지역 및 필수 과의 인력난은 훨씬 더 심각하다"며 "수억 원의 연봉을 내걸어도 지방의료원에서는 의사를 구할 수 없고 휴진하는 진료과가 속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필수의료 붕괴와 수도권-비수도권의 의료불균형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서는 민간 중심의 의료공급체계와 의사 양성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확대가 함께 병행돼야만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이미 코로나19 유행 원년인 2020년에도 정부가 이같은 방안을 추진했으나, 의사단체의 집단 파업으로 모든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공공의대 설립 관련법안 12개가 계류 중이다.
     
    경실련 등은 "의사부족은 단순히 기존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만으로는 불가하다. 선발부터 교육·훈련을 국가가 지원하고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의무복무할 의사를 배출하는 '공공의대'가 신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는 지난해 입법 공청회를 마친 만큼 지체 없이 공공의대법을 처리하고 정부는 공공의대 신설을 고려한 의대정원 확대방안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올 1월 의대정원 확대 등 현안 논의를 위해 가동된 복지부-의협 간 의정협의로는 생산적인 합의안이 나올 수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강화대책에서도 인력 확충 방안은 '협의 중'이란 이유로 어떤 내용도 추가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함께 포함된 '수가 인상'과 '의료사고 면책방안' 또한 의사단체의 요구만을 반영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간호법 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가 의결되자 '총력 투쟁'을 선언하며 협의를 잠정 중단한 의협에 대해서는 "극단적 이기적 행태에 대해 더 이상의 관용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연합뉴스대한의사협회. 연합뉴스
    의사단체 외 의료 서비스를 받는 환자·소비자, 시민사회계와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체'를 꾸리자는 제언도 나왔다. 다양한 관련 주체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다.
     
    경실련 등은 "정부는 지체 없이 비정상적이고 편협한 의정협의체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사회적 논의체를 통해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 간 의료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급과 배치의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국민에게는 지역 필수·공공의료에 종사할 의료인이 필요하다. 의사인력 확충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며 "논의구조를 보다 확대하고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통해 의료자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협은 '의사 수가 모자라서' 지금의 사태에 이른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작년 기준 의사 면허 보유자는 13만여 명에 달하고,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2009년 641명에서 2020년 480명으로 오히려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중에 추가 배출되는 의사는 늘어나 되레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의협은 "우리나라 의료환경의 문제점은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라며 "필수의료 저수가 문제, 열악한 근무환경 등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없이 무리하게 의사 수를 늘릴 경우 해당 분야 기피현상은 해결되지 못한 채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져 국내 의료체계 전반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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