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한 목소리로 힘을 보태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성동 국회의원(강릉)은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주말 강릉에서 급발진 사고 유가족을 직접 만났다"며 "다수의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급발진으로 지목하고 있고,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5만 명을 넘었다. 비극의 실체를 규명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법 개정을 비롯한 제도적 개선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8년간 손자를 안전하게 차량으로 데리고 다니던 할머니는 차량의 비정상적 가속으로 인해 큰 사고를 당해 12살 된 아이가 숨졌고, 할머니 역시 중상을 당했다"며 "할머니의 평소 건강상태와 운전습관 등을 고려했을 때 고의 또는 과실로 비정상적 가속을 했을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그럼에도 현재 할머니는 교통사고특례법 상 형사입건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유가족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더 이상 길어져서는 안 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법당국의 합리적 판단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지난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사고를 언급하면서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에 대한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5만 명이 넘어 정치가 답을 드려야한다"며 "손자가 생명을 잃고 운전자였던 할머니가 중상을 입었는데 가해자로 입건됐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급발진 사고 피해 입증 책임이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있다. 제도적인 미비가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해마다 급발진 사고가 100여건 신고되는데 관련 제도를 손볼때가 됐다. 피해자가 입증하는 책임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국회 홈페이지 캡처
관련 업계와 유족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연구원 등이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 후 경찰과 국립과학연구소에서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토부와 교통안전연구원에서도 급발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사고기록장치(EDR)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아들을 잃은 이상훈씨는 지난 달 23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시 결함 원인 입증책임 전환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은 국민들의 공감을 사면서 6일 만에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 회부에 필요한 5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게 됐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도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추후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씨는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차량의 결함이 있음을 비전문가인 운전자나 유가족이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법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국회 소관위위원회 심사에서 채택되고, 본회의에서 심의·의결돼 제조물책임법이 개정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계속 함께해 주시고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여. 68)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함께 타고 있던 A씨의 손자(12)가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씨도 큰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특례법에 따라 형사입건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A씨에게 죄가 없음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라며 지난 1월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