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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아서, 안 낳아서 손가락질…"저출산이 내 탓인가요?"

보건/의료

    애 낳아서, 안 낳아서 손가락질…"저출산이 내 탓인가요?"

    편집자 주

    0.78명.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합계출산율 수치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데, 평생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출산은 왜 '기피'의 대상이 됐을까.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아이를 낳아서, 또 낳지 않아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2023년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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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 호출 버튼을 누르자 몇 분 안에 기사님이 배정됐다. 코끝을 빨갛게 얼리던 영하의 날씨, 차 문을 열자 따뜻한 히터 바람이 몰려왔다. 뒷자석에 몸을 파묻고 취업준비생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를 누릴 참이었다.

    "근데, 아가씨 학생이야? 몇 살인가?"

    룸미러로 그녀를 힐끗거리던 기사가 입을 연 순간, 그녀의 작은 사치는 '고문'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이름과 나이, 학력, 직업 등 개인적인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아직 취업 준비중이에요."

    어색한 미소의 억지 대답에 기사는 "여자 나이 30이면 공무원이 딱"이라며 "공무원 돼서 결혼해 아이 낳을 때 그만두면 된다"고 했다. 좁은 택시 안에서 이어지는 일방적인 대화가 불편하고 불안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려는 그녀를 택시기사가 붙잡았다.

    "아가씨 마음에 드는데 우리 아들 만나볼래요? 얼굴 보고 싶은데 마스크 좀 내려봐."

    코로나가 한창이던 2년 전의 일이지만 서모(32)씨에게는 여전히 생생한 '기억'이다.

    "나이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아무리 면역이 돼 있어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동수단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 게 한국에서의 여성의 삶이 아닌가 싶어요."

    두 번의 이직 후 현재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현재 결혼과 출산 계획이 없다. 결혼과 출산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선택'인데 지금으로서는 "나 스스로를 책임지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계약 만료 후 현재 재취업을 준비중인 구모(35)씨에게 '결혼'과 '출산'은 멀지 않은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쉽게 이룰 수 없는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가 이기적이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기성 세대의 '비판'도 일부 수긍한다는 구씨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솔직히 있다"고 했다.

    "저도 사회를 이루는 공동체 한 일원으로 이 나라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미래 세대가 잘 자라야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잖아요. 저도 일원으로 의무감은 있어요. 남자, 여자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육아휴직 쓴다고 '구박' 참관수업 간다고 '눈치'…"대한민국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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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중반에 결혼해 초등학생 큰 딸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서모(32)씨는 출산 후 일을 그만둔 경력 단절 여성이다.

    아이가 셋이라 애국자라는 소리까지 듣지만, 첫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휴직을 내려 했을 때 정작 직장에서는 민폐 직원 취급을 받았다.

    "퇴사 전 다닌 회사가 공공기관이었어요. 근데 첫 아이 임신했을 때 출산 휴가만 90일 썼어요. 상사가 육아휴직을 안 썼으면 좋겠다고 해서 너무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둘째 때도 계속 그래서 결국 그만두었어요. 회사 나오면서 아직 대한민국 멀었다 그 생각이 들었죠."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의 엄마이자 14년차 직장인 워킹맘 유모(39)씨는 회사와 아이 학교에 늘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당장 다음주에 참관수업을 가야 하는데 팀장에게 연차를 쓰겠다고 아직 말하지 못했다.

    "연차 낸다고 하면 가라고는 할 텐데 그 분위기를 알죠. 저런 걸로 회사를 빼먹나? 말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상사의 언짢음과 불편한 분위기가 다 느껴지니까."

    부모님과 가까이 살면서 육아 도움을 받고 있는 유씨는 둘째 생각은 일찍 접었다. 아이가 둘 있는 동료는 아이가 한 명인 동료와 '행색'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저는 그래도 치마도 입고 화장도 좀 하고 나오는데 애기 둘 있는 회사 분들 보면 아예 화장을 못 하고 와요. 한 명이면 내 일도 하면서 육아도 해 볼 수 있는데 아이가 둘일 때는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무너지게 되더라고요."

    외국계 회사의 임원인 성모(43)씨 역시 부모님 찬스가 없었더라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운이 좋아 육아에 부모님 도움을 많이 받았고 현재도 가까이 살고 있다"며 "육아는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문제인데 지금 정책은 구조적인 문제를 전혀 해결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이를 낳아도, 낳지 않아도 비난의 대상이 되는 요즘 여성들. 이들은 엄마가 될, 엄마가 된 이들이 혼자 짊어질 무거운 짐을 덜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집 앞 공원에서 만난 어떤 아기 엄마를 처음 만났는데 우는 거예요. 아기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자기 안 낳았을 거라고. 왜 아무도 말 안해줬냐고. 출산을 한 여성들을 엄청 배려해달라는 게 아니라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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