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찾아 '1호 당원'으로서 당정 화합에 힘을 싣고 국정운영 철학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은 7년 만으로, 국정 동력을 위해 당정이 '원팀'(One Team)이 돼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행보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우리 당은 우리 번영의 토대인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정당으로서 약자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 갈 책임이 있다"며 "새로 선출될 지도부와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새로운 지도부에 힘을 싣는 동시에, 당정이 '원팀'이 되어 국민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의지를 선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간의 자율과 개인의 창의, 법치, 첨단 과학기술 혁신, 국가들 간 연대와 협력, 강력한 안보 태세 등 정부의 주요 국정 철학을 열거했다. 특히 핵심 국정 과제인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에 대해선 "흔들림 없이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과거의 낡은 이념에 기반한 정책, 기득권 카르텔의 부당한 지대추구를 방치하고는 한 치 앞의 미래도 꿈꿀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평소의 지론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미래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며 "기득권의 집요한 저항에 부딪혀도 미래세대를 위한 길, 나라의 혁신을 위한 길을 결코 포기하거나 늦춰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축사에서는 두 문장이 즉석에서 추가됐다고 한다. "우리 국민의힘 당내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 당 구성원 모두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그리고 셋째도 국민만을 생각하고 함께 전진하자"는 구절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전당대회를 통해서 당이 나라를 바꾸고, 또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도록 함께 힘을 합치자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개혁과 혁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두 개혁의 주체로서 힘을 모아 달라는 당부가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 대한민국, 위대한 국민의 나라'라는 저희 국정운영 슬로건도 함께 참석하신 만여 명의 당원 내빈이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라고 덧붙였다.
尹 등장곡은 '레미제라블' 삽입곡…'어퍼컷' 세리머니도
현직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은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대선 승리 이후 대규모 당원 행사에 처음 자리한 것이기도 하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린 대규모 전당대회이자,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이 된 후 처음 개최한 이번 행사에는 전국에서 1만 여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모이는 등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당 상징색인 빨간색의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이 행사장에 등장한 가운데 '배경 음악'도 화제가 됐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삽입곡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가 울려 퍼진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진정한 약자,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기득권 이권 카르텔에 대한 근절의 의지를 입장곡에서 확인을 할 수 있다"며 "대통령께서 평소 가장 선호하는 애창곡 중 하나인데, 진짜 약자들의 외침을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분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한다는 결기를 다지는 노래"라고 밝혔다. '3대 개혁'을 총괄하는 안상훈 사회수석의 휴대전화 컬러링도 이 곡이라는 후문이다.
당원들의 환호와 함께 연단에 오른 윤 대통령은 당선 1년을 기념하듯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축사를 마친 윤 대통령이 퇴장할 때 배경 음악은 걸그룹 뉴진스의 'Hype boy(하입보이)'였다. 이는 윤 대통령의 지난 2월 청주 육거리시장 방문을 담은 '쇼츠'(짧은 영상)에도 쓰였던 곡이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尹 "나라의 위기, 당의 위기 정치적 기회로 악용하면 절대 안 돼"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나라의 위기, 그리고 당의 위기를 정치적 기회로 악용하면 절대 안 된다. 우리는 어떠한 부당한 세력과도 주저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된다"라며 "그것이 우리 당이 국민으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대상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전당대회 국면에서 각종 논란을 빚은 당권 주자 및 지원 세력 등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당권주자인 안철수 후보는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를 내세우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대통령실 행정관 전대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으로 불리는 비윤계(비윤석열계)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를 지원하며 각을 세워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국민들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고 본다"며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새 당 대표에 김기현 후보가 과반이 넘는 53% 득표율로 당선되는 등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사실상 친윤계(친윤석열계)로 재편되면서 당정 화합에 힘이 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새로운 지도부 선출에 대해서 대통령실은 축하를 드린다"며 "대통령 말씀처럼 당내 선거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만드는데 모두 힘을 합쳐야 되는 소중한 분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