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황진환 기자더불어민주당 비명(非이재명)계 의원들이 주축인 '민주당의 길'이 보름 만에 공식 토론 일정을 재개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첫 공식 토론회였지만, 당 대표 거취 문제와 관련해선 개별 논의에서 그치는 등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반면, 이 대표는 같은 시각 온라인으로 당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행사를 열고 사실상 맞불 공세를 폈다. 소위 '개딸'이라고 불리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행사에서 오히려 비명계에 대한 포용적 태도를 보이며 향후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길, 보름 만에 정례 모임…공개 쓴소리는 無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지난 1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비명계 모임 민주당의 길은 14일 '대선 1년, 대한민국과 민주당'을 주제로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었던 직후부터 당 내홍을 의식해 공식 행사를 자제해왔다. 지난주 예정됐던 정례 토론회를 취소하고 의원들끼리 만찬을 가졌지만, 이 자리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직접적인 거취 요구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주 만에 열린 토론회에서도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개별 의원들의 의견이 나왔을 뿐, 이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드는 공식적인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모임을 주도하는 김종민 의원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것(이 대표 사퇴)은 논의한 바가 없다"면서도 "(사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별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재직 당시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씨가 지난 9일 돌연 숨지면서 당 안팎에서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이 역시 의원들 개인 차원의 지적에서 그쳤다. 조직화된 비판 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의 길 역시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의 색출 압박에 밀려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의 길이 협상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전략통 출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에서는 이번 체포동의안에서 나온 가결표 중 상당수가 민주당의 길에서 나온 걸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이미 패를 보여준 민주당의 길이 아닌, 이번에 고민하다가 막판에 부결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 쪽에 협상력이 더 생긴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李, 같은 날 당원들과 라이브 소통…비명계 끌어안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원들과 대화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길 정례토론회가 재개한 1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당원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했다. 이날 당원들과의 실시간 소통은 전날 이 대표가 급작스럽게 잡은 일정으로 알려졌다. 이날 라이브에서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의 심경, 강성 지지자들의 이탈표 색출 작업에 대한 만류, 이낙연 전 대표 제명을 요청하는 청원에 대한 입장 등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특히 당내 화합이 화두였다. 이 대표는 당원들에게 "정치에서 단합이 정말 중요하다"며 "우리 안의 동지에 대한 증오심은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크다고 한들 (바깥) 상대와의 차이보다 크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가 비명계까지 달래는 모양새를 취해 당대표로서의 리더십을 세우고, 강성 지지자들까지 결집해 당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 대표는 15일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여는 간담회에 참석해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거취 표명 요구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미래는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의 신뢰 회복, 혁신, 단결이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며 "이재명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당의 불신 해소와 혁신을 위해 나서달라"고 밝혔다.
한 더미래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에 대해 일부 다른 목소리가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현시점에서 이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인 상황"이라며 "비서실장 사망 건도 검찰의 강압수사를 비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