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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도 않은 화재 현장에 의원들 '격려 방문'…이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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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꺼지지도 않은 화재 현장에 의원들 '격려 방문'…이게 최선입니까

    지난 14일 오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현장을 방문한 대전시의회 의원들. 김정남 기자지난 14일 오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현장을 방문한 대전시의회 의원들. 김정남 기자
    지난 12일 밤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는 불이 완전히 꺼지는 데 58시간이 걸렸다.

    불과의 사투가 이어진 이 기간, 지방의회 의원들의 현장 방문이 이어졌다.

    '격려' 목적을 포함한 방문이었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시기도 방법도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대형 화재와 사고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인 현장 방문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작업 한창인데 정치인은 '사진 촬영'…현장선 날선 반응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가 이어진 지난 14일 오전. 대전시의회 의장과 의원들이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소방서장과 관계자들로부터 브리핑을 듣고, 안내를 받아 화재 현장 앞까지 가 둘러보고 나왔다.

    대전시의회는 이날 사진과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화재 진압에 여념이 없는 소방대원 등을 격려했다'고 밝혔다.

    불길이 잦아들긴 했지만 화재 발생 약 36시간이 경과한 당시까지도 꺼지지 않아, 현장에서는 잔불을 끄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장 일부와 물류창고가 붕괴되면서 밑에 깔린 가연물들이 연소하고 있어, 굴삭기를 이용해 하나씩 파헤쳐가면서 소방대원들이 진압을 하는 상황이었다. 전날 밤에만 해도 화재 현장에서 화염이 다시 목격되기도 했다.

    지난 13일 대전시 대덕구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지난 13일 대전시 대덕구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의원들의 현장 방문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당시 화재 조사를 위해 여러 기관에서 나와 있었는데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바쁜 사람들 붙잡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위험한 현장 방문이 의회에서 시급히 필요한 부분이었는지에 대한 목소리도 있었다.

    시의원들의 방문 전날에는 대덕구의회 의원들이 화재 현장을 찾았다. 이후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하면서 의회 차원에서 협조할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지역의 대형 화재 때마다 반복된 모습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에는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이튿날 시의원들이, 감식단도 진입하기 전인 지하 화재 현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두고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당시 정치인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피해자 가족과 인근 상인 면담을 시도했지만 구조 작업에 부담을 준다며 만남을 거부당하는 일도 있었다.

    대전 대덕구의회 의원들이 방문한 13일 오전 현장에서는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고 있었고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김미성 기자대전 대덕구의회 의원들이 방문한 13일 오전 현장에서는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고 있었고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김미성 기자

    시민단체 등 "진압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서 대안도 없이 방문" 질타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의원들의 이 같은 행보가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설재균 의정감시팀장은 "진압이 마무리된 이후에 어떤 정책적인 대안을 가지고 간다거나 감식 결과 나온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갖고 찾아가야 되는데, 지금 현재 현장을 방문한다는 건 단순히 보여주기 식, 그리고 사진을 찍어 보여주려는 행동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의당 대전시당도 '현장을 수습하기에도 분주한 화재 현장에서 관계자들에게 브리핑을 준비하게 하고, 의원들은 재난복 맞춰 입고 사진을 찍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건 민폐일 뿐'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이성우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은 "협력업체와 주민, 노동자들을 먼저 만나 피해 상황을 듣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 또 화재 관계 법령과 이번 화재의 특징, 피해 규모,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먼저 숙지하는 것 등이 정치와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일을 제쳐두고 화재 현장에 가서 사진부터 찍는 일은 정치의 역할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행보였다"고 비판했다.

    대전시의회는 "즉각적인 현장 방문은 소방활동에 누가 될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먼저 현지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을 위해 빵과 음료 등 격려품을 지급하고, 어느 정도 화재가 진압된 시기에 맞춰 현장을 방문한 뒤 상황을 점검하고 의회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대책과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현장에서 파악한 화재 현황과 지난 시기에 발생했던 한국타이어 화재 등을 거울삼아 이러한 화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한 예산 지원 등 재발 방지책 마련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또한 현장 주변 주민 주거생활 및 상업활동 피해에 대한 원인 조사와 수습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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