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쓰러진 현대캐피탈 전광인. 한국배구연맹결국 마지막 3차전에서 승부가 가려지게 됐다.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이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놓고 외나무 다리 승부를 펼친다.
정규 리그 순위는 현대캐피탈이 2위로 한국전력(4위)보다 두 단계 높은 위치에 자리했다. 하지만 상대 전적은 3승 3패로 팽팽했고, 후반기 4~6라운드에서는 한국전력이 모두 승리를 거두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왔다.
봄 배구를 앞두고선 한국전력이 현대캐피탈보다 우세할 거란 예상이 많았다. 최근 맞대결에서 한국전력이 강세를 보인 점도 있지만 현대캐피탈의 주포 전광인(32)이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전광인은 공교롭게도 한국전력 서재덕과 충돌해 발목을 다쳤다.
전광인은 올 시즌 34경기(122세트)에 출전해 406점, 공격 성공률 55.69%, 리시브 효율 40.03%, 세트당 디그 1.828개로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현대캐피탈 입장에서 전광인의 부재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문성민(사진 왼쪽). 한국배구연맹지난 2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은 현대캐피탈의 승리였다. 남자부 PO 역대 최장 시간(158분) 동안 펼쳐진 숨 막히는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 대 2 진땀승을 거뒀다.
경기 전부터 전광인의 대체자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고심 끝에 베테랑 문성민(37)을 선택했다. 그리고 문성민은 이날 공격 성공률 70%로 18점을 터뜨려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런데 당초 최 감독이 전광인의 대체자로 생각한 선수는 문성민과 동갑내기인 미들 블로커 박상하(37)였다. 최 감독은 "두 선수 모두 팀의 고참급 선수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문성민이) 몸 관리를 상당히 잘했다. 어려운 경기에서 힘을 발휘해 줄 거라 믿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 이시우. 한국배구연맹
이틀 뒤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PO 2차전에서는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우(31)가 전광인의 대체자로 나섰다. 시즌 중 줄곧 백업으로 출전하던 이시우가 큰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문성민도 이날 경기에 나섰지만 30대를 훌쩍 넘긴 체력 소모가 컸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날 전광인의 대체자 역할을 맡은 선수는 데뷔 2년 차 홍동선(22)이었다. 하지만 홍동선이 공격과 리시브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 이시우가 세트 스코어 1 대 2로 뒤진 4세트부터 선발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시우는 4세트에서 서브 1개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5점을 터뜨려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하지만 이시우의 기용은 절반의 성공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5세트에서도 2점을 터뜨리며 좋은 활약을 이어갔지만, 16 대 16으로 팽팽한 상황에서 치명적인 리시브 실수를 저질렀다. 한국전력 조근호의 서브를 받았는데 그만 공이 코트 뒤로 빠지고 말았다. 뒤이어 서재덕이 백어택으로 경기를 끝냈고, 이시우는 결국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3전 2선승제 PO에서 각각 1승을 나눈 두 팀은 오는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최종 3차전을 치른다. 남자부 역대 PO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 확률은 무려 88%(17회 중 15회)에 달하지만, 확률은 그저 확률일 뿐이다. 2차전 승리로 기세가 오른 한국전력을 잡으려면 전광인을 대체할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다.
1차전 승리를 이끈 문성민에겐 여전히 체력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시우는 2차전 실수를 발판 삼아 한층 성숙해진 플레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여기에 2차전에서 잠잠했던 박상하까지 살아나줘야 최 감독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