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개월 새 최저치인 4.2%로 낮아졌다. 하지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과 식품가격 인상 등이 변수가 되고 있어 물가 안정세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2%…1년 새 최저치
통계청이 4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으로 지난해 3월보다 4.2% 상승했다.
이는 전월인 2월의 상승률 4.8%보다 0.6%p 하락한 것이자 지난해 3월의 4.1% 이후 최저 상승폭이다.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후 서서히 감소세를 보이면서 8개월 만에 3%대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통계청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하고 있고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4.8%로 여전히 높은 근원물가 상승율…지난해 석유가격 고공비행 따른 일시적 효과 분석도
연합뉴스다만 이번 물가상승률 하락이 석유류의 급락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시작된 글로벌 고유가 현상이 기저효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내 가격 고공행진을 보였던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17.5%, 15.0% 하락한 것이 컸고, 자동차용 LPG 또한 지난해 3월보다 8.8%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탓에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과 주요 에너지원을 제외한 실생활 물가의 상승율은 여전히 5%에 육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4.8%는 지난 2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근원물가 상승률과 같은 수치인데,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한 것은 2년 2개월 만에 처음일 정도로 에너지 요인이 컸다.
OPEC+ 감산·국내 식품가 상승세에 커지는 물가상승 우려…"원유가 주시하며 국내 식품가 구조적 문제도 살펴봐야"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펼쳐지고 있는 OPEC+의 원유 감산과 국내 식품 가격 인상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OPEC+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116만 배럴의 원유 추가 감산을 결정했는데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하루 동안 8% 급등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요동쳤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렌트유 가격이 연말까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도 올해말과 내년말 브렌트유 전망치를 기존보다 5달러 높인 배럴당 95달러, 100달러로 각각 상향했다.
미국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OPEC+의 결정을 "비건설적"이라며 맹비난했지만, 경제적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자국 내 원유 생산 확대 카드를 꺼내들기 쉽지 않은 않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내에서는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인한 추가적인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과 우유류, 소주·맥주, 생수 등 소비가 많은 제품들의 소매가격이 최근 줄줄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500원 생수'로 인식됐던 편의점 자체브랜드(PB) 500㎖ 한 병의 가격은 700원으로 높아졌고, '4캔에 1만원'으로 마케팅에 나섰던 편의점 수입맥주 4캔의 가격은 1만2천원까지 높아졌다.
원유가 연동제와 글로벌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사료 가격 폭등 탓에 우유가격 고공비행이 지속되면서 우유가 재료로 사용되는 각종 유제품과 빵, 커피 등의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도 우려의 지점 중 하나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던 물가 전망에도 변수가 생겼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근원물가가 떨어져야 기조적인 흐름도 떨어지는구나 하고 판단을 할 텐데, 그런 모습이 아직 보이지 않으면서 하반기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있는 것 같다"며 "원유 가격이 제자리를 찾을지, 식품의 경우 유통단계나 연동제 등의 문제점은 없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