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최근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구급차에 실려 입원 가능 병원을 찾다가 '2시간 뺑뺑이' 끝에 숨지는 등 필수의료 공백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올 1월 말부터 의정협의체를 꾸려 의대정원 확대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태다.
밤중에 아이가 아파 응급실을 수소문해야 하는 부모부터 심·뇌혈관 질환 등으로 긴급이송돼야 하는 50·60대 등
연령을 불문하고 당장 본인과 가족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느끼는 불안도 크다. 실제 국민 3분의 2는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인식 아래 의대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달 21~28일 전국 17개 시·도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5일 이같이 발표했다.
보건의료인력 현황과 확충 관련 대국민 여론조사 중 의사 인력 충분 여부. 보건의료노조 제공국민 과반은 현재 의사와 간호사 수가 모두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의사인력의 충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8.4%는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충분하다'고 답한 국민은 41.6%에 그쳤다. 간호사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도 56.1%로 절반을 넘겼다.
의료취약지일수록 '의사 부족'을 체감하는 정도도 높았다. 이러한
응답률이 가장 높았던 전남(81.3%)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이다. 이어 울산(69.7%), 전북(69.4%),충남(68.7%), 대전(65.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곳은 세종(43.8%)이었다.
다만,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에 따른
수급 격차가 심각한 가운데서도 수도권(57.7%)과 비수도권(59.3%)이 느끼는 의료인력 관련 문제의식은 비슷했다. 도시지역(57.7%)과 기타 지역(61.1%)도 큰 차이는 없었다.
의사 부족으로 인한 불편 경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제공의사를 제때 만나 필요한 만큼 진료를 받지 못하는 불편은 이미 보편적이었다. 의사가 부족해 경험한 일로
'진료 대기시간 지연'을 꼽은 국민(69.7%)이 가장 많았다. 또 △진료 예약이 어려웠다(57.9%) △진료시간이 짧아 충분한 상담을 받지 못했다(50.0%) △진료·검사 관련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37.1%) 등이 뒤를 이었다.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가 지연(21.9%)됐다거나, 수술·시술 동의서에 대한 설명시간이 부족(18.8%)했다는 응답들도 있었다.
어렵사리 외래진료를 받아도 의사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은 5분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의사 대면 상담시간을
'5분 이내'라 답한 비중이 55.4%로 최다였고, 1분 이내 22.4%, 5분 이상 16.9% 등으로 파악됐다. '30초'라 답한 비율도 5.3%였다.
외래 진료 시 의사 대면 상담시간. 보건의료노조 제공입원을 하더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회진하는 의사를 하루에 얼마나 보느냐는 질문에 '1분 이상' 본다는 응답은 41.6%에 불과했고,
1분이 채 안 된다고 답한 인원이 48.3%에 달했다. 각각 △1분 이내 38.0% △30초 이내 14.3% △10초 이내 6.1% 등이다.
'소아과 오픈런' 등
진료 대기가 일상이 된 국민의 '3분의 2'(66.7%)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23.5%, '반대한다'는 9.8%에 그쳤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찬성률이 높아지는 경향도 보였다. 30대 미만은 39.7%, 30대는 54.5%가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한 반면
40대는 75.0%, 50대 76.4%, 60대 77.7%, 70대 73.3% 등 많게는 80%에 가까운 비율을 나타냈다.
인력 부족 때문에 의사가 해야 할 업무를 간호사·방사선사·응급구조사 등
다른 직역이 수행하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8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의료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불법의료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49.5%가 '충분한 병원 인력과 숙련도'를 꼽았다. '의사의 명성'(20.4%)이나 '좋은 시설과 장비'(18.9%), '병원 규모와 명성'(7.0%) 등은 후순위였다.
이에 따라,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 등
의료인력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적정의료인력'에 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준수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52.6%가 찬성했다. 법으로 정하지 말고 병원 재량에 맡기자는 응답 비율은 23.6% 정도였다.
보건의료인력 확충 및 적정인력기준 마련을 위한 법 개정에도 62.5%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반대를 표명한 응답자는 5.1%로 훨씬 낮았다. '모르겠다'는 32.4%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조사결과를 두고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적정의료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은 명확하게 확인됐다"며
"정부는 더 늦추지 말고 불법의료 근절, 의대 정원 확대, 적정의료인력 기준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밖에도 △공공의대 설립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 기준 마련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등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교섭을 추진할 계획이다.
적정 의료인력에 관한 법적 기준 마련 및 준수에 대한 의견. 보건의료노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