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전 특별검사. 연합뉴스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관계사 천화동인 6호나 우리은행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하나은행 담당자 조사 등을 통해 박 전 특검을 전방위로 포위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에서, 또 '본류'라고 할 수 있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를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는 모두 박 전 특검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전날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등에 수사관 등을 보내 추가로 사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달 30일에 나선 압수수색의 연장선이다.
반부패수사1부는 이보다 앞선 4일 대장동 개발 공모 전부터 컨소시엄 구성 논의에 참여한 하나은행 담당자를 불러 박 전 검사의 구체적인 관여 사실을 조사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일당의 업무를 도와주고 대가를 받기로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개입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박 전 특검은 당시 대장동 사업 실무에 관여한 양재식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내 1300㎡(약 400평) 규모의 상가 부지, 495㎡(약 150평)·330㎡(약 100평) 규모의 단독주택 부지·건물 등 총 200억원 상당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반부패수사3부는 지난 6일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주인 조우형씨와 명의자로 이름을 올린 조현성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던 2014년 대장동 민간사업자 구성 논의 과정에 관여하고 컨소시엄에서 부국증권을 배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은 이 같은 컨소시엄 구성을 도운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장동 사업이 본격화한 2015년 7월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임명됐고, 그의 딸은 바로 다음 달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박 전 특검 딸은 2021년 6월 대장동 아파트 1채(전용 84㎡)를 6~7억원에 분양받았다. 시세(15억원)보다 8~9억원의 차익을 본 셈이다. 또 화천대유로부터 아파트 분양 대금 명목으로 11억원을 빌려 특혜 대출 의혹도 제기됐다.
반부패수사3부가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로 지목하고 압수수색에 나선 조씨도 박 전 특검과 접점이 짙다. 천화동인 6호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배당금 282억원을 받았다. 명목상 배당금은 서류상 명의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검찰은 실소유주인 조씨가 자금추적 등을 피하고자 차명 소유주를 내세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도 자금 흐름을 규명하기 위해 증거 확보 차원이다.
조씨는 초기 대장동 민간 개발을 추진하던 업자들이 2009년 부산저축은행에서 사업 자금 1115억원을 대출받을 때 불법 알선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때 박 전 특검이 조씨의 변호를 맡았다.
박 전 특검을 둘러싼 50억 클럽 수사와 천화동인 6호 범죄수익 은닉과의 관련성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다.
검찰은 박 전 특검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해 50억 클럽 의혹으로 수사를 한정 짓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인 본류 수사와 같은 선상에서 보겠다는 취지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박 전 특검이 대장동 개발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날 수도 있다.
반면 박 전 특검은 압수수색과 관련해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그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면서 "관련자들의 회피적이고 근거 없는 진술에 기반한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 저로서는 참담할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