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윤관석 의원이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송영길 당대표 경선캠프에 참여한 윤관석 의원이 소속 국회의원 최대 20명에게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전날 민주당 3선 중진인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을)의 국회·인천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 같은당 이성만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과 집, 강래구 한국감사협회 회장 자택, 민주당 관계자 관련 장소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2021년 5월 치러진 전당대회를 앞둔 4월 당대표 경선에 후보로 나선 송영길 의원의 지지를 확보할 목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강 회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강 회장이 돈을 마련해 이정근(구속기소)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전달하고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서 이를 받아 같은 당 소속 의원 10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 회장이 3천만원을 마련해 이 전 부총장에게 300만원씩 든 봉투 10개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또 강 회장과 이 전 부총장에게 추가로 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해 같은 방식으로 소속 의원 10명에게 전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검찰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전달된 금액이 9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300만원짜리 봉투로 총 6천만원이, 나머지 선거 관계자들에게 50만원짜리 봉투로 3천만원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최대 20명이 돈 봉투를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검찰은 다만 돈을 받은 의원이 중복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정확한 전달 경위와 종착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강 회장이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한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녹음에 나오는 돈 봉투 외에도 다양한 전달 경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 범위를 넓혔다. 따라서 수사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액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윤관석 의원과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 탄압이자 국면 전환을 위한 무리한 검찰의 기획 수사"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전날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문에서도 "보도에 언급된 인물들 이야기에 본인이 거론되었다는 것조차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검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사전 조사를 요청한 적도 없었고 명백한 증거를 제시한 적 없는 압수수색"이라며 "오로지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이루어진 검찰의 비상식적인 야당 탄압 기획 수사와 이로 인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참고인 조사에 이어 강 회장과 이 전 부총장, 윤 의원 등 핵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 경과에 따라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