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26일(현지시간) 예정된 가운데 중국이 대만 문제를 비롯해 중국 측에 민감한 의제가 회담 테이블에 오를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지금까지는 말폭탄을 쏟아내는데 그치고 있지만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와 관련해 수위 높은 표현이 등장할 경우 보복조치에 나설 수도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 나올까?
한국 정상으로서는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두 정상은 회담 이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상간 합의 내용을 공개한다.
양국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에 대한 '확장 억제'라고 이미 밝힌 상태다. 확장 억제는 핵전략 용어로 미국의 핵 억제력을 우방국에 제공하는 것으로 '핵우산'의 보다 구체화된 표현이다.
그런데 지난 19일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내용이 공개된 이후 전통적인 한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인 북핵 문제보다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양국 정상이 대만 문제에 대해 어떤 공동성명을 내놓을지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이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비해 표현 수위가 올라가거나, 최근 대만 해협에서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중국 측에 책임을 돌리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경우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또, 양국간 경제 협력과 관련해 반도체 분야를 비롯해 미국 주도의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대한 한국의 참여가 포함될지 여부 등도 중국 측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갈수록 수위 높여가는 尹정부 대만 관련 발언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1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동성명 내용과 비교해 보면 대만 문제를 지역 안보와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수위가 조금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원론적인 내용에 그치고 있다. 대만해협 평와와 안정 유지 책임은 중국과 대만 뿐만 아니라 미본, 한국 등 주변국 모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런데 올해 2월 박진 외교부 장관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 상태 변경에 반대한다"고 발언한데 이어 윤 대통령이 방미 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국 등 서방세력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겨냥해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이에 가뜩이나 윤 대통령의 방미가 불편한 중국은 외교라인을 총동원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중국 정부 외교 사령탑 친강 외교부장의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 하는 사람은 불타 죽는다" 발언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의 방미가 시작된 이후에도 관영매체를 동원해 지속적으로 윤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대미 외교 노선을 비난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는 "윤 대통령이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권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대가로 한국의 국익을 희생하고 있다", " 미국이 대중국 견제 전략을 위해 한국을 '소모품'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윤 대통령이 이 계획의 집행자로 선정됐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대만 문제에 진심인 中…보복 나설까 우려
지난해 11월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문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 정도, 혹은 그 이상의 수위가 담긴 공동성명이 나올 경우 중국의 반발이 지금까지처럼 '말폭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발트 3국 가운데 하나인 리투아니아가 지난 2021년 자국에 대만 대표처 설치를 승인하자 중국은 기술 교류와 협력을 중단하고, 수출입을 제한하는 등 각종 경제 보복 조치를 취했다.
대만 문제는 아니더라도 지난 2016년 당시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조치인 소위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했다.
최근까지도 일부 이어져오고 있는 이 조치로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는가 하면 한국의 문화.예술과 게임 등의 중국진출이 봉쇄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당장 중국 현지에서는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국의 발발이 거세지며 '제 2의 한한령'이 발동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 한국기업 대표는 "지금 공장을 이전하기 위해 작업중인데 악화된 한중관계 때문인지 당국에서 소방점검 등 명목으로 수시로 회사에 들이닥친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한한령이 재발동 되는것 아니냐"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특히, 대중 수출 부진으로 올해 1분기 무역수지 적자가 225억 달러에 달하는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 문제를 이유로 경제 제재를 가할 경우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