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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쇼핑몰 지하에 갇힌 백사자…단칸방 안 맹수는 햇볕이 그립다[이슈시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좁은 공간,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서 빙글빙글 돌던 맹수류. 불쌍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고 구경 온 내가 최악이라고 느꼈습니다"

    대전에 위치한 한 실내동물원에서 맹수들을 비좁은 우리에서 키워 논란이 되고 있다. 맹수들은 야외방사장도 없는 건물 3층 유리관에 전시되고 있다.

    지난 25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충격적인 대전 실내동물원'이라는 제목의 글로 여러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 속엔 호랑이, 백사자, 곰 등이 원룸 크기의 우리에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게시자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동물들이 이상현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015년 개장한 이 시설은 건물 1층에 수족관, 2층과 3층에 소동물과 맹수들이 수용된 동물원을 갖췄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3층 야생관의 열악한 환경이다. 호랑이, 사자, 하이에나 등의 야생동물이 9평 남짓해 보이는 우리에서 지내고 있다. 야생 호랑이의 활동 영역이 500~4천㎢임을 비추어 봤을 때 이는 턱 없이 부족한 넓이다. 이외에도 야외방사장과 몸을 피할 공간이 없어 동물들은 풀 한포기 없는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앉아 하루 종일 관람객들을 상대해야 한다.
     
    관람객들의 후기에 따르면 동물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다. 정형행동은 무의미한 행동의 반복으로 갇혀있는 동물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다. 동물들이 무료함을 달래고 야생에서의 행동을 할 수 있게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행동 풍부화 도구' 역시 전무하다.

    또, 이곳에서는 '체험 동물원'이라는 명목 하에 살아있는 소동물을 만지는 터치풀, 맹수에게 먹이를 주는 먹이체험을 운영 중이다. 이 체험은 관리자의 별도 안내 없이 관람객이 무인판매 중인 먹이를 구입한 뒤 이뤄진다. 체험용 먹이공급 방식이나 분량이 적절한지 여부 확인이 어려운 구조다.

    정형행동을 보이는 부천 실내동물원의 호랑이. 동물자유연대 제공정형행동을 보이는 부천 실내동물원의 호랑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해당 업체는 2018년에도 경기 부천에 실내동물원을 개장했다. 이곳에서도 비슷한 넓이의 우리에서 소동물과 맹수를 실내 사육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2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동물에게 문제없는 크기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무인판매 먹이체험으로 인해 동물별 정확한 급여량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무인으로 판매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손님이 하루 종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정량을 급여하게 되면 체험을 마감한다"고 답했다.

    자연바람 한 줌 들지 않는 지하에 위치한 실내동물원도 있다. 대구의 한 쇼핑몰의 지하 2층에 위치한 실내동물원에서는 원숭이, 여우, 팽귄 등을 비롯해 하이에나, 백사자 등을 사육 중이다.

    이곳 동물원에서는 2020년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버린 사자의 모습이 논란을 샀다. 코로나로 인해 관람객이 줄어 경영이 어려워지자 동물의 식사량을 절반가량 줄여서이다. 이에 시민들이 생닭과 과일 등을 기부한 바 있다.

    대전 실내동물원 관람객들의 후기. 네이버플레이스 캡처대전 실내동물원 관람객들의 후기. 네이버플레이스 캡처
    감옥에 가까운 실내동물원의 환경에 누리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한 관람객은 대전의 실내동물원 방문 후기에 "큰 동물들이 너무 작은 우리에 갇혀있는 게 마음 아프고 다시는 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3층에 위치한 동물원은 관리가 심각하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현행법상 문제가 없음을 알고 있지만 방치하기보다는 책임감을 가졌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실내동물원은 생명이 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동물들은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고 본인의 습성이나 본능에 맞춰 살아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실내동물원을 방문했지만 모두 비슷비슷한 크기에 몸을 숨길 할 수 있는 공간도 없고 하다못해 구조물조차 인공"이라며 "햇볕이나 바람도 느낄 수 없는 말도 안되고 시대착오적인 곳"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생생물법이 작년 12월 개정되며 종별 사육기준이 마련되면 (사육 환경이) 좀 더 나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편, '동물원 및 수족관의 방관리에 관한 법률',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하며 올해 중 사설 시설에서 동물을 전시하거나 체험하는 행위는 올해 중 금지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동물원 및 수족관 설립시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 허가시 관리상태를 점검하는 전문 검사관제 도입, 오락 목적으로 동물에 먹이주는 행동 등 금지, 동물원 및 수족관으로 허가받지 않은 시설에서 야생동물 전시 금지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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