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왼쪽)과 태영호 최고위원. 황진환·윤창원 기자새로 구성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최고위원의 잇따른 설화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등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윤리위의 판단을 요구하는 당내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1일 첫 회의를 마치고 나와 징계 절차 개시 사실을 알리며 "이는 국민의힘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자체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말이 선거 때 표를 얻으려고 한 것이라고 한 발언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는 발언 △제주 4‧3사건 기념일은 격이 낮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심사대 위에 올랐다.
태영호 최고위원의 경우 △자신의 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면서 민주당을 사회적 물의를 빚은 'JMS'에 빗대는 등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한 점 △제주 4‧3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발언을 한 점이 징계 사유로 꼽혔다.
이같은 언행이 당 윤리위 규정 제20조와 윤리규칙 제4조를 위반했다는 게 윤리위의 판단이다. 윤리위 규정 제20조는 '징계 사유'로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을 두고 있다. 윤리규칙 제4조는 '품위 유지'에 관한 것으로, '당원은 예의를 지키고 사리에 맞게 행동해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황정근 윤리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리위 첫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잇단 설화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총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당내 인사들은 이들에게 수위 높은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의 4단계로 이뤄지는데, 여기서 1년 이상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가 내려진다면 내년 총선 공천이 어렵다는 사실까지 감수해야 한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징계와 내년 총선 사이 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해야지, (이준석 전 대표의) '양두구육' 발언 등 이전 징계가 어땠으니 전례에 준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에 갇혀선 안 된다. 범죄조차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양정이 바뀌기 마련"이라며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아닌 냉철한 현실 감각으로 대응해야 한다. 김 최고위원과 태 최고위원이 공천을 받는 건 두 사람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총선 판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리위 내부에서조차 이들 최고위원을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하는 수위의 징계도 과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청년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초반부터 징계 위기까지 몰리고, 최고위 내 균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지도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날 약 한 달 만에 당 최고위원회의에 복귀한 김 최고위원은 "저를 뽑아주신 당원 여러분과 지지자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대표님을 비롯한 동료 최고위원들과 당직자분들께도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자세를 낮췄다.
태 최고위원은 윤리위 관련 취재진들의 질문에 "오늘은 윤리위가 처음 활동하는 날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제가 왈가왈부할 건 아니다"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모두발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치켜세웠다.
태 최고위원은 앞서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4‧3사건에 대한 역사관이나, 백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는 취지의 발언에 관한 질문에 "당연히 (생각에) 저는 변함이 없다. 반드시 우리가 여러 역사 문제에 대한 문제는 올바로 정리하고 강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리위는 1주일 뒤 다시 회의를 열고 당사자들의 소명을 들은 뒤 결과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황 위원장은 "오는 8일 2차 회의를 열고 징계 당사자가 출석해 소명 절차를 거쳐 관련 결정을 할 것"이라면서 이르면 당일 징계 수위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