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한중 관계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중 한국대사관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던 중국 관영매체에 항의하자 이 매체가 다시 '난폭한 간섭'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와 그 영문판 글로벌타임즈는 8일자 사설을 통해 한국대사관이 자신들에게 항의서한을 보낸 사실을 언급하며 "다른 나라 언론의 독자적인 보도에 난폭하게 간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에 대한 가장 혹독한 비판은 한국 내에서 나왔다"면서 "최근 한국 측의 일부 중국 관련 공개 언행은 중국 사회에 강한 반감과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양국 민간의 '부정적 인식'을 부추긴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미·일 등의 지역 안정 훼손에 영합하고, 대만 문제 등 중국의 주권이 걸린 중대 의제에서 여러 차례 잘못된 발언을 하며 내정간섭을 한 데 이어 중국 언론에까지 화력을 겨누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언론은 보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항의서한'의 내용에 동의하지만, 이는 반중 발언이 난무하는 한국의 보수언론들에게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한국 정부가 국제정치의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는지, 진정으로 한중관계의 건전하고 성숙한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주중한국대사관 항의에 대한 환구시보 사설. 연합뉴스앞서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 4일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즈에 항의서한을 보낸데 이어 이 사실을 다음날 언론에 공개했다.
대사관은 항의서한을 통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부적절한 어휘를 사용해 우리 정상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매우 치우친 시각에서 객관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폄훼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저급한 표현까지 동원해 우리 정상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일부 내용은 언론의 보도인지조차 의심케 할 정도"라며 "만약 한국 언론이 중국 지도자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비난하는 보도를 연일 게재할 경우 중국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신중히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대사관이 현재 매체의 한국 관련 오보에 대응하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지만, 해당 매체의 보도 내용이나 표현을 문제삼아 항의서한을 보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