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발 폭락 사태 연루 의혹으로 최근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서울 H투자컨설팅업체 사무실이 2일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H투자자문사 라덕연 대표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들이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관련, 시세차익을 거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을 조사해달라며 사법·금융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반면 피해를 입은 또다른 투자자들은 반대로 라 대표와 측근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할 준비를 마치는 등 'SG증권발 폭락 사태'를 놓고 이해당사자간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라덕연 대표 측 투자 피해자, 김익래 키움 회장 정조준
9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라 대표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 50여 명은 폭락 직전 주식을 처분한 다우키움그룹 김 전 회장과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며 서울남부지검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3곳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라 대표는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로 김 전 회장 등을 지목하며 본인은 피해자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날 낸 진정서에도 주가 폭락 당시의 거래 내역과 함께 김 전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 등이 담겼다. 이들 투자자들은 라 대표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을 통해 진정서를 냈다.
김익래 전 회장은 주가폭락 사태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그룹 지주사 격인 다우데이타 보유 주식 140만주(605억4300만원어치)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해 시세차익을 거뒀다. 김영민 회장 역시 지난달 17일 서울가스 주식 10만주(456억9500만원어치)를 매도했다.
주가 폭락 기자회견 하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연합뉴스이와 관련해 진정인들은 "김익래 전 회장과 김영민 회장이 일명 '공매도 세력', 증권사 임직원들과 공모해 본인들이 보유한 회사 주식들을 장외거래로 매도한 것처럼 꾸미고 해당 주식들에 대한 매도 주문을 대량으로 제출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하락시켜 이익을 얻기로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어 "키움증권 임직원은 김익래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다우데이터 주식에 대한 매매계약 체결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김 전 회장 등에게 키움증권의 차액결제거래(CFD)계좌 현황 등의 자료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다우데이터와 서울가스 주가를 하락시킬 목적으로 김익래 전 회장과 김영민 회장으로부터 매수한 주식을 매도하고 각각의 주가를 하락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김 전 회장 등이 상속세 절감 효과를 노리고 대규모 처분 직후의 주가하락을 의도했다는 그간의 라 대표 주장과 결을 같이 한다.
라 대표는 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블록딜로 주식을 사간 사람이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면 손해를 보면서 매도를 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누가 어디서 매매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진정인 측은 "다우데이터, 서울가스의 대주주인 김익래 전 회장, 김영민 회장이 라 대표의 지속적인 주식 매집으로 주가가 상승하자 보유지분의 증여나 상속세 부담은 낮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하락시켜야 하는 이유와 동기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주가조작 의혹 사태로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라 대표의 측근들은 진정인 명단에서 빠졌다. 대신 라 대표는 추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반 피해자들, 라덕연 고소하며 맞대응
인터뷰하는 라덕연 대표. 연합뉴스반대로 주가 폭락사태로 1천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은 오히려 주가 조작 세력으로 의심받는 라 대표와 측근들을 고소하며 맞섰다.
법무법인 대건은 투자자 60여 명을 대리해 라 대표와 주가 조작 세력으로 의심받는 핵심 인물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할 예정이다.
라 대표와 '큰손 투자자' 모집을 주도한 프로골퍼 출신 안모씨 등 3명이 고소 대상이다. 주식 매매 스케줄을 관리한 장모씨와 수익금 정산 등 법인 자금 관리를 담당한 김모씨 등도 고소할 방침이다.
고소에 나선 투자자들은 라 대표 측이 투자금을 정상적으로 운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라 대표 등이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해 큰 수익을 볼 수 있다고 호도했다"며 "하지만 투자금으로 이 사건의 주식을 인위적으로 사고팔아 시세를 상승시켰을 뿐이었다. 주식에 대한 정보는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또 "투자자들에게 미수채무 발생 가능성 및 위험성 등에 대한 내용은 자세히 고지하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고소인들의 경우 본인의 동의 없이 CFD계좌가 추가로 개설되기까지 했다"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라 대표 세력이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통주식의 수가 많지 않아 시세 조종에 임하기 유리한 종목을 주가조작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라 대표 일당이 투자금으로 553억4천만 원을 챙겼고,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662억9천만 원의 채무를 발생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SG증권발 폭락 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 일부는 본인의 동의 없이 증권사가 비대면으로 CFD 계좌를 개설했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