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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보상자 中 19세 이하 14%…10살 미만 트라우마 검사·치료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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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보상자 中 19세 이하 14%…10살 미만 트라우마 검사·치료 無

    편집자 주

    5·18민주화운동이 올해로 43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강제 연행된 행방불명자 가운데 생존 사실이 확인된 이들에 대한 조사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10살 전후의 아동들의 경우 연행된 이후 국내·외로 강제 입양되거나 보육시설로 보내져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사각지대에 방치돼 5·18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했다. 광주CBS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실태를 점검하고 보상자 선정 절차 등을 점검하는 연속기획보도를 마련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또 다른 5·18 피해자. 11일은 세 번째 순서로 5·18 당시 10대 아동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어 오랜 기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제대로 된 검사나 치료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에 대해 보도한다.

    [광주CBS 5·18 43주년 연속기획, '사각지대에 놓인 또 다른 5·18 피해자'③]
    조영운씨, 43년 동안 제대로 된 트라우마 검사·치료 못 받아
    조씨,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에도 피해 호소
    김명권 광주트라우마센터장 "어린 시절, 국가 폭력에 입은 정신적 상처는 더 큰 트라우마"
    김석웅 심리건강연구소장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유사한 증상 나타날 수 있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들이 시민을 강제로 진압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 제공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들이 시민을 강제로 진압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5·18 당시 계엄군에 연행된 9살 소년…43년 만에 피해 사실 확인
    ②5·18 당시 9살 소년 계엄군 연행 확인…'구금 기록' 있어야 피해자 인정
    ③5·18보상자 中 19세 이하 14%…10살 미만 트라우마 검사·치료 無
    (계속)

    5·18 민주화운동 당시 9살 소년이 옛 전남도청 주변에서 계엄군에 강제 연행됐다는 주장이 연행 장면이 찍힌 사진이 공개되면서 43년 만에 사실로 드러났다.

    당사자인 조영운(52)씨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제대로 된 검사나 치료 등을 받지 못했다.

    5·18 보상자 중 10대 이하 712명…10살 미만 트라우마 검사·치료 '0명'


    11일 광주트라우마센터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광주트라우마센터를 찾아 검사나 치료 등을 받은 사람은 총 437명이었다. 이 중 5·18 관련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332명(가족 105명)이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해 보상금을 지급받은 사람이 총 4892명(사망자 155명 포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이 중 일부만 트라우마 관련 검사나 치료를 받은 것이다.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트라우마 검사나 치료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조영운씨처럼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포함돼 있다.

    광주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한 5·18 피해자 중 만 60세 이하(현재 기준)는 30여 명에 불과해 당시 10대 이하였던 피해자들에 대한 트라우마 검사·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5·18 보상자 4892명 중 당시 기준 10대 이하(1962년생 이하)는 712명으로 전체 14.5%를 차지한다.

    특히 10대의 경우 697명으로 20대(2923명)와 30대(731명)를 제외하면 보상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보상자 중 조영운씨와 같은 9살 이하도 15명이지만 이 중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관련 검사나 치료를 받은 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트라우마센터, 조영운씨 치료 적극 협조…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에 상처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광주 시민들을 일렬로 세워둔 채 곤봉으로 폭행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 제공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광주 시민들을 일렬로 세워둔 채 곤봉으로 폭행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 제공
    이날 기준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검사나 치료를 받은 사람 중 가장 나이가 적은 사람은 만 53세 A씨로 5·18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5·18 당시 물리적 충격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깨어나 정확한 피해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A씨를 제외한 대부분은 현재 기준 나이 만 60세에 육박해 5·18 당시 10대 중반 이하 청소년은 트라우마 관련 검사나 치료에서 방치된 상황이다. 조영운씨가 광주트라우마센터를 통해 검사나 치료를 받게 될 경우 5·18 관련자 중 가장 나이가 적은 사례자가 된다.

    전문가들은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시절에 국가 폭력 등으로 입은 정신적 상처는 더 큰 트라우마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슷한 경험을 하더라도 성인들에 비해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다.

    어린시절 조영운씨. 본인 제공어린시절 조영운씨. 본인 제공
    실제 조영운씨는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법적 대응을 언급할 만큼 여전히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광주트라우마센터 김명권 센터장은 "조영운씨가 연행되는 사진을 보니 당시 조씨가 받았을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며 "조씨처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더 크게 오래 기억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라우마 관련 검사와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조씨의 경우 이후 가족들과 헤어져 오랜 기간 홀로 지내왔다는 점과 보상자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 등이 조씨의 트라우마를 심화시켰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광주트라우마센터 측은 조씨가 트라우마 관련 검사나 치료에 응할 경우 영상 상담 등을 통해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트라우마의 경우 수십 년이 흘러도 해소되지 않거나 다음 세대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돼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심리건강연구소 김석웅 소장은 "5·18을 직접 경험했을 경우 외상후스트레스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5·18을 경험한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5·18에 속박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김 소장은 "자신에게 5·18이라는 피해를 입힌 주체가 국가인데 피해자로 인정받아야 하는 주체 역시 국가라는 점 또한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9살 소년의 5·18 피해 사례와 함께 해외 강제 입양 사례 정황이 43년 만에 확인된 가운데 이들에 대한 트라우마 검사와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광주트라우마센터는 피해자와 그 직계가족,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에 대해 트라우마 검사와 치료, 상담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는 의료기관이 발급한 진단서가 없더라도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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