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들이 시민을 강제로 진압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5·18 당시 계엄군에 연행된 9살 소년…43년 만에 피해 사실 확인 ②5·18 당시 9살 소년 계엄군 연행 확인…'구금 기록' 있어야 피해자 인정 ③5·18보상자 中 19세 이하 14%…10살 미만 트라우마 검사·치료 無 ④사각지대에 놓인 또 다른 5·18 피해자…10대 전후 행방불명 아동 조사 확대 필요 (계속) |
지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9살 소년이 옛 전남도청 주변에서 계엄군에 강제 연행됐다는 주장이 연행 장면이 찍힌 사진이 공개되면서 43년 만에 사실로 확인됐다.
14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진상규명위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는 조영운(52)씨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미성년자 행방불명자 중 일부가 강제로 국내 보육시설에 보내지거나 해외로 입양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10대 전후 행방불명자 중 3명만 신원 확인…강제 입양 주장 미국 교수 사례도
지난 4일 경북 구미의 한 카페에서 조용운씨를 만났다. 박성은 기자5·18 당시 행방불명된 10대 전후 전체 아동(69명) 중 사진과 가족들의 증언 등을 통해 신원이 밝혀진 인물은 조영운씨(당시 9살), 이창현씨(당시 7살), 원영순씨(가명·당시 16살, 여)뿐이다.
조영운씨는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 앞에 있던 버스 안에 몸을 숨겼다가 계엄군에 연행돼 군 내무반에서 며칠을 보낸 뒤 군용차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도망쳐 서울행 버스를 탔다.
이후 초등학생 때까지는 서울에 있는 아동보호소에서 생활하다 부산에 있는 보호소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조씨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1988년 국가기관에서 5·18과 관련해 실종 신고가 접수된 조씨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비슷한 시기 조씨는 가족들과 연락이 닿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 2층에서 9일 열린 '5·18민주화운동 미공개 사진전'에서 조영운씨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박성은 기자 이창현씨는 당시 양동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1980년 5월 19일 집을 나선 뒤 43년간 행방이 묘연하다. 이창현씨의 가족들은 현재도 이씨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창현씨의 누나 이선영씨는 "동생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면서도 동생이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조영운씨의 사진이 공개된 이후 진상규명위에서 동생이 입양됐거나 보육시설로 보내졌을 가능성을 조사한다고 해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가족들은 광주민중항쟁 비망록에서 이창현씨로 추정되는 사진을 발견했지만 사진 분석 감정 등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뒤늦게 행방불명자로 인정받았다.
5·18 당시 이종기 변호사와 버스에 타 있던 것으로 확인된 원영순(가명)씨도 이후 연행 또는 구금 사실이 확인됐고 5·18피해자로 인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상규명위는 최근 미국에서 교수로 생활하고 있는 한 남성이 5·18 당시 자신이 입양된 것 같다고 주장해 강제로 해외 입양됐는지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 "5·18 미성년자 실종자 조사 진행해, 행불자 인정 늘려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서울사무소. 박성은 기자전문가들은 "5·18 미성년자 행방불명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행방불명자 인정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행방불명자로 신고된 사람 중 10대 이하 아동은 69명이지만 39명은 여전히 행방불명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관계자는 "조영운씨를 통해 군 부대에 일시 감금돼 있다 시설로 보내지는 이른바 강제 실종 사례가 확인됐다"며 "지금까지는 행방불명자를 암매장 위주로 조사를 했었는데 앞으로 행방불명자를 강제 실종의 영역으로 확장해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에 따라 보상신청을 한 9살 이하 56명 가운데 보상자로 인정된 사람은 20명이다.
신청자의 36% 정도만 보상자로 인정받은 것으로 전체 보상자 인정 비율 63%와 비교할 때 30% 포인트 가까운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9살 이하 보상 신청자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보상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전남대 5·18연구소 민병로 소장은 "10대 전후 어린 아이들이 총성이 들리는 등 굉장히 위험한 현장에 있을 수 있었겠냐는 인식이 강해 5·18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사진 등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면 얼마든지 5·18 관련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존의 한계를 넘어 5·18 피해자를 추가로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김희송 연구교수는 "진상규명위가 행방불명자가 암매장됐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 DNA를 확보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이제는 1980년대 당시에 입양되거나 시설로 보내진 10대 전후 아동들에 대한 기록을 확인해 5·18과의 연관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