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중국이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소위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이어가면서 전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전랑외교 기조 속에 갈등을 빚어왔던 호주와 최근 관계회복에 나서는 등 사안에 따라 '강온전략'을 구사하는 모습도 일부 포착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외교사령탑인 친강 외교부장은 지난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불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틀 전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전날에는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문제 삼으며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나라 소설에서 차용한 '불용치훼(不容置喙)'라는 이 표현에서 훼(喙)는 새의 부리를 뜻하는 것으로 아무리 비유라고 하지만 친 부장의 말과 마찬가지로 일국의 정상에 대한 외교적 결례다.
중국 외교관들의 거친 입은 그동한 여러차례 분란을 일으킨 바 있다. 대표적으로 루사예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달 21일 "옛소련 국가들은 그들의 주권 국가 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었기에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는 '폭탄발언'을 해 전 유럽을 들쑤셔 놨다. 그의 발언에 옛소련으로부터 어렵게 독립을 쟁취한 발트3국은 물론이고 프랑스와 유럽 각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의 전랑외교는 입씨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상대국에 대한 압력과 보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중국은 최근에는 캐나다 정부가 신장위구르 인권문제를 지적해온 홍콩 출신 마이클 청 연방 하원의원에 대한 불법 정보 수집을 이유로 자국 외교관을 추방하자, 바로 상하이 주재 캐나다 영사를 추방하는 보복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양국간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싸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은 자국 외교관 추방에 대한 대변인 성명에서 '현애늑마'(懸崖勒馬)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위험에 빠져야 정신을 차린다'는 뜻으로 중국이 상대국에 강력한 보복을 경고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홍콩 명보 캡처
호주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도 대표적인 전랑외교의 사례다. 호주 정부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시작으로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발생 기원에 관한 국제적 조사를 호주 총리가 요구하자 중국은 석탄과 소고기, 목재, 와인 등 호주산 수입 품목에 대한 금수 조치를 취하며 보복에 나섰다.
다만, 전랑외교 기조 속에 지난 3년 넘게 앙숙으로 지내던 호주에 중국 정부가 얼마전부터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은 지난해 5월 호주 집권당이 그동안 대중 강경노선을 취하던 보수당에서 중도좌파 정당으로 바뀌자 본격적으로 관계회복에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자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회복에 합의하는가 하면, 지난 11일에는 호주 통상장관으로서는 4년여 만에 돈 파렐 통상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다음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회담을 가지는 등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호주와의 관계회복 시도는 중국의 필요에 의한 강온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 금수 조치를 취한 뒤 대규모 전력부족 사태를 겪는 등 오히려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반면,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호주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에너지가격 상승과 수출선 다변화 등의 요인으로 피해를 최소화 했다.
결국 강력한 보복조치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커녕 호주가 미국과 더욱 밀착하는 계기만 만들어줬다는 자성론이 제기되면서 콧대높은 전랑외교의 자존심에 상처를 감수하면서까지 호주에 손을 내밀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호주의 집권당 교체로 대중 강경론이 한풀 꺾인 점도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