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최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추락한 러시아 군용기가 러시아군의 오인 사격으로 격추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14일(현지시간) AP 통신이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전날 러시아 군용기 4대가 추락한 지점을 가리키면서 러시아 방공체계가 추락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이번 추락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면서 "네 대의 비행기가 추락한 지점들로 원을 그리면 반경이 40㎞이고 해당 지점들은 정확히 원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고진은 이어 "어떤 방공 무기가 이 원의 중심에 있을 수 있는지 인터넷에 찾아보고 스스로 답을 내 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추락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블리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던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을 이끌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참여한 이후 러시아 정부와 군 고위 관리들을 여러 차례 원색적으로 비난해왔다.
이달 초에는 탄약이 모자라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위협했다가 이틀 뒤 군 당국으로부터 탄약 보급을 확약받았다며 계속 싸우겠다고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은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북동부와 인접한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에서 수호이(SU)-35, 수호이(SU)-34 전투기 각 1대와 Mi-8 헬기 2대 등 모두 4대의 군용기가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영상에는 하늘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숲에 떨어진 잔해에 불이 붙은 모습이 담겼다.
추락한 전투기와 헬기는 모두 공군 소속으로 알려졌다.
전투기와 헬기가 추락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이번 추락 보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승무원 9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타스 통신은 응급구조 당국이 엔진 화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고 보도했으나,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휴대용 대공 미사일로 해당 항공기들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유리 이흐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14일 자국 TV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군용기 추락에 관여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배후일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인터뷰 말미에는 농담이었다며 발언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