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 직역단체가 모인 13보건복지의료연대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총선기획단 출범을 기념한 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은지 기자당정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식 건의하기로 하면서, 의료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상식적인 결정'이라며 즉각 환영한 반면, 대한간호협회는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의료연대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국회와 정부는 간호법·면허박탈법(의료법 개정안)으로 인해 촉발된 위중한 갈등을 신속히 봉합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간호법 입법 취지였던 의료기관 내 간호사 처우 개선 조항이 여당의 중재안에 포함됐음에도 민주당·간협 등은 궤변을 늘어놓으며 이를 거부했다"며 "지역사회 돌봄사업을 독식하려는 기득권 간호사 그룹의 의료정치 쟁점화의 산물임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보건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입법의 정당성마저 없음이 드러난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 협의결과는 공정하고 상식적이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인의 결격·면허취소 사유를 강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거부권 대상 논의에서 빠진 데 대해선 유감을 표했다.
의료연대 등은 "(본회의 당시) 면허박탈법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고, 기권이 무려 22표나 나왔다"며 "법안 제정의 부당성이 표결 결과를 통해서도 인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의원 스스로도 불순한 제정 의도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성 등으로 인해 이 법이 제정되어선 안 되는 악법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간호법과 아울러 '패키지'로 졸속 상정된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대상에 포함되어야 함이 마땅하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우발적인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만으로도 의료인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의료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상대적으로 가장 덜 위험한 분야를 선택하고 매순간 방어적인 행동양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필수의료 분야 기피를 시작으로 하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시켜 걷잡을 수 없는 국민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날 고위당정협의회 후 윤 대통령에게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결정했다며
간호법을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이라고 정의했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 "'간호조무사 차별법'이자 '신(新)카스트 제도법'" 등의 강한 표현들도 나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오후 브리핑에서 간호법 관련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보건복지부도 이날 조규홍 장관 브리핑을 통해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재의요구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간호법은 전문 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한다"며 "이 경우 제일 중요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간호' 영역만을 분리한 별도 법안이 제정되면
오히려 국민들이 의료기관에서 충분한 간호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지고 '병원 밖' 사고에 대해선 보상 청구·책임 규명도 난망해질 거란 이유를 들었다. 이변이 없는 한 대통령실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거부권 행사를 의결할 전망이다.
의료연대는 '간호법 저지 운동'의 동력을 내년 총선까지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을 겨냥해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정당·정치인에게는 표를 주지 않겠단 뜻도 분명히 했다.
'반(反)간호법'의 선두에 서온 의사·간호조무사 외 방사선사·임상병리사·응급구조사 등이 모인 의료연대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총선기획단 출범식을 열었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21대 국회에서도 보건·복지·의료 분야에서 인기영합성 정책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입법 시도들이 있었다"며 "대한민국 보건복지의료와 국민의 건강권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정당과 후보,
특정 직역만이 아닌 소수 직역들에게도 공정하고 균형 있는 보건의료정책을 제시하는 정당과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15일 열린 보건복지의료연대 총선기획단 출범식에서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이 분야에 전문성과 경륜을 가진 후보자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대·지지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각 직역의 고유한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전문성 향상을 지원하며 근무환경·처우를 개선하는 법은 '간호법'이 아니라 "의료법 개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임도 거듭 강조했다.
'필수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를 두고는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함에도 그 비용 대비 효과가 불분명한 공공병원·공공의대 정책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미 비용 대비 효과가 입증된 응급의료체계 고도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등이 시행될 수 있도록 건설적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며 "우리는
분열과 반목을 거부하며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의를 거부하지 않겠다"며 "모든 보건복지의료직역이 다시 한 번 '원 팀'으로 일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간협은 전날 '당정이 허위사실로 간호법 거부권을 건의했다'며 규탄 성명을 내고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 일대에 운집한 간호사들. 대한간호협회 제공
이들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재난적 의료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집단 진료거부를 했던 의사들과 달리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민 곁을 떠나지 않았던 간호사들에게 간호법이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입법독주법이란 누명을 씌운 그 발언과 행태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인 만큼
여당과 복지부가 주장한 '허위사실'의 실체를 밝혀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62만 간호인의 총궐기를 통해 그 치욕적인 누명을 바로잡고 발언의 책임자들은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파업만은 끝까지 자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간협은 조만간 '단체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간협이 집계한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여한 회원 7만 5239명 중 98.4%(7만 4035명)가 "적극적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파악됐다.